고은정 | 전주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7월 17일, 나는 내게 많은 의미를 안겨 준 필리핀에 다시 가게 되었다. 2년 전 처음으로 해외 형제자매들을 보러 간 곳인 필리핀에서, 한국에서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기만 했던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때 필리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했던가. 참 순수해 보였던 그들의 눈빛과 웃음들을 지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필리핀으로 간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 행 버스에 올랐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필리핀에 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모인 아이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내가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아이들의 생활지도 교사 일에 지원했음을 떠올렸다.
이 일에 대해서는 작년 겨울에 처음 들었다. 친구의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그때는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을 다녀야 했기에 가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나를 오랜 시간 동안 괴롭혔던 병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날, 나는 바로 필리핀에 가기로 결심했다. 대학 생활 3년 동안 건강상의 문제와 성격상의 문제를 이유로 방학을 이용해 한 번도 형제자매들과 함께 일해 본 적이 없었다. 건강상의 문제로 남들만큼 일을 할 수 없었고, 그런 상황이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처음 필리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참 반가웠다. 어쩌면 나는 이 일이 아이들을 다루는 일이기에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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