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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박재은 | 서울     나는 구원받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다녔고, 구원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부터 구원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참석한 어린이 전도집회에서 영화 <휴거>를 본 후, 구원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중학교에 들어가 구원 문제로 고민하다가 2학년 때 요한복음 8장에서 구원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수험 공부로 교회에 자주 나가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성경을 보며 하나님께 쓰일 위치로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대학에 들어가자, 나는 다시 대학생 형제자매들과 어울려 활동하면서 교회 일을 도왔고, 방학을 이용해 1학년 때는 안성에서, 2학년 때는 LA 근교의 리조트에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4학년이 되면서 취직 준비를 하느라 교회 활동에 뜸하게 되었고 대학 졸업 후 취업을 결정하게 되었을 때, 교제 가운데서 일할 것인지, 원하는 직업을 가질 것인지를 두고 잠시 고민을 했다. 부모님처럼 교제 안에서 살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바칠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내 삶을 꾸리면서 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편을 택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사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되어 원하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꼭 형제자매들과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내 위치에 충실하다 보면 성공해서 더 크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자 너무 바빠졌다. 처음엔 직장 막내로 지내느라 내 시간을 가질 수 없었고, 경력이 붙은 후에는 개인적으로 벌이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교회는 조금씩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제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불안함과 죄책감은 차츰 무뎌져갔고, 나중에는 주말에도 교회에 가기보다는 쉬고 싶어졌다. 청년들이 모이는 자리에 몇 번 다시 나가보기도 했지만, 그곳에서도 내 미약한 신앙생활을 잡아줄 열기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또 갈수록 아는 얼굴도 적어져, 나중에는 내가 객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음을 붙일 수가 없었다. 결국 그나마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설교도 한 달에 한 번이나 들으러 가는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다.     그런데 작년 갑자기 나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송에 휘말리고, 돈을 떼이고, 친한 사람들을 잃고.... 흔히 재수 없다고 말할 온갖 일들이, 마치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 앞 다투어 튀어나왔다. 왜 이런 일들이 내게 일어나는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문득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혹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내게 아주 작은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 내부에 이동이 생기면서 내가 있던 팀에서 나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 나에게 되돌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신 것은 아닐까? 얼마든지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을 놓치면 다시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오기까지 또 얼마나 더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짐을 싸서 제주도로 내려갔다.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나에게 무슨 큰 용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4년간의 경력도 쌓였고 인맥도 생겼으니, 회사로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진 것뿐이었다. 휴대폰도 끊고 낯선 제주도에서 혼자 지내면서 나는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내 직업은 세간에 출판되는 책들을 읽고 평가해서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이었다. 당연히 남들보다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구원받고 15년이 지나도록 성경 일독도 못한 것이었다. 물론 잠언, 시편은 여러 번 읽었고, 신약도 한두 번은 읽었다. 구약도 설교 시간에 따라 읽은 것들을 치면 그럭저럭 한 번은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성경의 줄거리를 나에게 말해 보라고 한다면? 성경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전개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호세아서 이후의 구약 성경은 아예 어떤 내용인지도 몰랐다. 나는 성경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다. 설교 시간에 귀가 닳도록 들어온 구절들도 막상 성경에서 찾으려니, 몇 장 몇 절인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물론 성경을 일반 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것이 전공인 사람으로서, 또 구원받은 지 15년 된 사람으로서 성경을 모른다는 사실이 더욱 부끄러웠다.     그래서 성경의 줄거리를 꿰고 말겠다는 각오로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읽히지도 않았고 읽기는 읽어도 정신이 금세 흐트러지고, 눈은 내가 읽고 있는 그 부분만 따라갈 뿐 앞뒤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매일매일 읽고는 있는데, 읽을수록 어렵고 자신이 없어졌다. 과연 나에게도 이 말씀이 넘쳐 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나님 일에만 몸 바치는 믿음이 생길 수 있을까? 도저히 무리일 것 같았다. 마음은 답답해져만 갔다.     그러던 중에 일요일에 설교를 들으러 갔다가 어느 형제님들이 대화하시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초신자 전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는데,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 (롬 10:17) 라는 구절을 말씀하셨다. 자라는 동안 적어도 백 번은 들었을 구절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퍼뜩 그 구절이 마치 나보고 들으라고 한 말처럼 다가왔다. 구원받고 몇 년이나 맘대로 살아온 주제에 시작부터 성경이 읽히지 않는다고, 믿음이 없다고 좌절하다니....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했고, 해답은 말씀이라고 이미 성경에 다 이야기해 놓으셨는데 말이다. 그 순간 성경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믿음을 주신다는 약속.     ‘하나님!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이 성경을 분명히 다 읽겠습니다. 그러면 이 한 권을 다 읽었을 때 어떤 믿음을 주실지 보여주십시오.’     그때부터 성경이 놀라울 만큼 잘 읽히기 시작했다. 하루에 여덟 장씩 읽기로 한 계획이 아침에 여덟 장, 저녁에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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