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기
우리가 보는 세계사 책들은 대개 서양을 세계사의 주축으로 기록하고 있다. 세계 4대 문명(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아시아와 아프리카인 것을 생각해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유럽은 어떻게 해서 세계 문명의 발상지인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제치고 세계사를 주도하게 되었을까?
가장 두드러진 계기는 유럽이 산업혁명(18세기)을 통해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제국주의 식민지 개척(19세기)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를 압도한 일이다. 산업혁명 이전을 보면,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하여 엄청난 양의 금과 은을 원주민으로부터 약탈하여 자본을 축적하고 대항해(大航海) 무역을 개척하여(16세기) 부유한 유럽의 기틀을 다졌다. 이른바 상업혁명이다.
그보다 더 앞선 역사적 전환점을 생각해 보면, 상업혁명에서 무려 2천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 사건인 페르시아 전쟁이 있다. 페르시아는 기원전 500년경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었던 제국으로서, 당대에 그 막강한 힘을 제어할 수 있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강대국이었다. 이에 비해 아테네나 스파르타와 같은 작은 도시를 중심으로 결성된 도시국가 그리스는 메소포타미아 전역과 이집트까지 점령한 페르시아에 견줄 수 없는 작은 세력이었다. 그러나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페르시아의 세력권인 아시아에 식민지를 개척하고 있었기에 두 세력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페르시아 전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여러 차례에 걸친 전쟁으로 페르시아 제국을 패퇴하게 했고, 그 후 페르시아는 다시는 그리스를 넘보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로부터 150년 후에는 그리스의 작은 도시 마케도니아를 거점으로 성장한 알렉산더 제국이 페르시아 제국을 누르고 기원전 330년 경 메소포타미아 전 지역을 흡수했다.
구약 성경 에스더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하는 아하수에로 왕은 그 역사적 전환점에서 활동했던 크세르크세스(Xerxes) 왕이다. 아하수에로는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의 히브리식 이름이다. 아하수에로는 구약 성경 에스라 4장 6절에도 그 이름이 등장한다. <에스라>에는 그가 즉위할 때에 유대 민족의 대적들이 예루살렘 성을 재건하는 유대 민족들을 훼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페르시아의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에는 크세르크세스 왕이 남긴 유적들이 많은데, 그 유적들 중에는 그에게 복종했던 여러 나라들의 이름이 기록된 비문도 있다. 그 비문에 새겨진 나라들은 에스더 1장 1절의 “아하수에로는 인도로 구스까지 일백이십칠 도를 치리하는 왕이라”는 서술과 일맥상통한다.
<에스더>에는 아하수에로가 왕위에 오른 삼년 째에 겨울 거주지인 수산에서 무려 6개월 동안 큰 잔치를 벌여 나라의 부함과 자신의 위엄을 나타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성경 학자들은 이 잔치가 바로 헤로도토스(Herodotos)의 <역사>에 소개된 그리스 원정의 타당성을 논의한 회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르시아 제국의 여러 왕들과 페르시아 전쟁을 자세히 소개한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는 크세르크세스 왕이, 아버지 다리우스(Darius, 우리말 성경 표기로는 다리오) 왕을 계승한 다음 해(BC 484년)에 이집트에 군대를 파견하여 반란을 평정한 후 그리스 원정에 착수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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