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희 | 수원
민다나오에서 온 손님들
지난 1월,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열두 분이 말씀을 듣기 위해 마닐라에 오셨습니다. 그분들은 교회에서 숙식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저희들은 칫솔, 치약, 수건, 이불, 베개 등 모든 것을 세세하게 챙겨 두었습니다. 그분들은 도착한 다음날부터 <성경은 사실이다>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분들이 민다나오 섬에서 전해질 복음의 첫 씨앗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 형제님도 신경을 많이 쓰셨고, 저희 청년들도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집회를 도우며 같이 진행해 나갔습니다.
한 자리에 여럿이 같이 앉으면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테이블 하나 당 한 명씩 앉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에어컨 온도 조절과 환기에 신경을 쓰고, 성경 구절을 잘 찾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 중에 성경 구절이 나올 때마다 테이프를 잠시 멈추고 성경책의 페이지 수를 하나하나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성경을 직접 찾아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을 돕는 청년들이 바뀌는 것도 말씀 듣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고정된 몇 명의 청년들이 계속해서 함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에 설치된 스크린 옆에서 성경책 페이지 수를 불러주었는데, 그러다 보니 말씀을 듣는 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씩 졸고 있는 분들을 볼 때면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모릅니다. ‘저러면 안되는데. 이번에 복음을 확실히 깨닫고, 민다나오에도 일로일로처럼 복음이 퍼져 나가야하는데...’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어학연수차 필리핀에 머물면서 해외 전도의 중요성과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고 있었고 그 집회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며 마음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그분들을 대하는 작은 행동과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삼 일 동안 마닐라 교회에서 계속된 비디오 집회가 끝나고 1월 5일 아침부터 개인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전에도 옆에서 성경 찾는 일을 도우면서, 정 형제님께서 개인 상담을 하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때처럼 그렇게 신중하게 말씀을 전하는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날 저녁을 먹은 후 개인 상담이 다시 진행되고 있을 때, 한 분이 갑자기 몸이 차가워지면서 식은땀을 많이 흘리셨습니다. 급히 응급실로 데려갔는데,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그분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복음 이야기를 할 시간인데. 사탄은 왜 이렇게 훼방을 할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다행히도 그분은 나중에 개인 상담을 통해서 구원받았습니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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