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아 | 서울
생활 지도교사로 필리핀에 가다
이번에 해외에서 청년들이 참가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작년에 졸업여행이다, 배낭여행이다 해서 해외 여행을 두 번이나 갔다 오면서 부모님께 부담을 드렸는데, 또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말을 하기가 죄송스러워서 마음속에 담아두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오빠에게 그냥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는데, 오빠는 선뜻 도와줄 테니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일의 신청을 받는 기간이 끝나 있었고, 비행기 표도 구하기가 힘들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포기하고 있었는데, 필리핀으로 가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갑자기 못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왠지 모든 상황들이 그 자리는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필리핀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기에 바로 신청을 하고 인터뷰 후 필리핀으로 가는 일행 가운데 합류할 수 있었다. 필리핀으로 가는 청년들은 나를 포함해서 여섯 명이었다.
필리핀에 도착한 나는 어학원 영어 캠프의 생활 지도교사로 지내게 되었다. 어학원에서는 여름과 겨울에 영어 캠프를 하는데 지난 여름 영어 캠프 후 생활 지도교사의 필요성을 느껴서 영어 캠프 학생들의 생활 통제와 수학 및 과학 과외를 위한 교사를 모집한 것이다.
영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보통 여섯 시간의 영어 수업을 들은 후 저녁에는 두 시간 동안 과외를 하고 10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에는 관광이나 쇼핑 등의 자유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에는 마닐라 교회에 가서 같이 말씀을 들었다. 생활 지도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 관리부터 용돈 관리, 도시락 챙겨주기, 수학 및 과학 과외 지도, 취침 관리 등을 했는데, 쉽게 이야기하자면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저녁에 재우는 것까지,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듣는 시간 외에는 항상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통제하고 같이 놀아 주는 일을 한 것이다.
영어 캠프를 온 학생들은 대부분 구원받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다들 착하고 해맑은 면이 있었다. 그래도 항상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을 써야 했고, 아이들의 불평을 들어 주는 일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게다가 거의 매일 학원과 기숙사만 왔다갔다하고 영어 수업조차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규칙적으로 받을 수 없어서, 신앙적으로든 영어 공부로든 무언가 배우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하고 힘들었다. 나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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