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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마리아의 향유

최지은     나드 한 근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씻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  (요한복음 12:3)       죽었던 나사로가 살아나자 베다니 동네 문둥이 시몬의 집에서 큰 잔치가 벌어졌다. 주빈은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이셨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뜻밖의 광경이 벌어졌다.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가 나드가 가득 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은 것이다.*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     나드는 히말라야 산맥의 3천 미터 고지에 자생하는 마타리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뿌리와 근경에 강렬한 방향 성분이 있다. 그것을 증류시켜서 다른 기름과 섞어 향유로 만들어 사용한다. 그러면 왜 마리아는 값비싼 나드 한 근을 예수에게 부었을까? 늘 궁금했지만 덮고 지나가기만 했던 의문이었다.     우리가 2천 년 전의 잔치집에 가득했던 그 향기를 직접 맡을 수는 없어도, 그때 상황을 보다 근접하게 파악해 볼 수는 있다. 우리는 가룟 유다가 마리아에게 “무슨 의사로 이 향유를 허비하였는가” (막 14:4) 라고 말한 이유를 단순히 ‘가룟 유다는 돈에만 눈이 어두운 인간이니까’ 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드뿐 아니라 당시 향유의 값어치에 대해 좀 더 탐구해 보기 위해서라면 가룟 유다가 내린 판단 기준의 양면성을 한번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마가복음의 윗 구절은 가룟 유다만의 말이 아니라 잔칫상에 함께 앉았던 제자들과 어떤 사람들이 분내어 서로 말한 내용이기도 했다.*     적어도 가룟 유다와 일부 군중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마리아의 그 행동은 향유를 귀한 손님의 머리에 붓는 당시 풍습대로 오라비 나사로를 살린 예수께 최대의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납득될 법도 한데, 예상 외로 좌중은 술렁였다. 그렇다면 좌중에 앉았던 사람들에게 있어 향유라는 물건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었을까. 그 현장에 내가 있었다면 마리아편에 설 수 있었을까.     잘 알려진 이 사건에서 자칫 간과해 버릴 수 있는 나드 향유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예수 탄생 전후 3천 년 간의 향유 이야기를 더듬어 본다.       옛사람의 향유 쓰기     향수를 뜻하는 ‘perfume’은 ‘향을 피운다’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perfu-mum에서, 향신료(spice)는 ‘돈’을 뜻하는 ‘species’에서 파생되었다. 전자는 몸에 뿌리는 용도로, 후자는 음식에 뿌리거나 섞는 용도를 나타낸다. 그러나 고대에는 향수, 향신료, 향유를 특별히 구별해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시대가 바뀔수록 향료는 곧 돈을 의미할 만큼 귀중품이 되어 갔다.     구약 성경 에스더서를 보면,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왕에게 나아가기 전에 여섯 달은 몰약 기름으로, 여섯 달은 향품과 여자에게 쓰는 다른 물품들로 몸을 정결케 했다는 기록이 있다. (에 2:1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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