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찬송 산책
한선희 (문학박사)
찬송가 중에 예수 그리스도가 1인칭이 되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찬송 가사는 매우 드물다.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말 가사를 먼저 음미해 보자.
1절내 너를 위하여 몸 버려 피 흘려네 죄를 속하여 살 길을 주었다너 위해 몸을 주건만 날 무엇 주느냐너 위해 몸을 주건만 날 무엇 주느냐
2절아버지 보좌와 그 영광 떠나서 밤 같은 세상에 만백성 구하려내 몸을 희생했건만 너 무엇 하느냐내 몸을 희생했건만 너 무엇 하느냐
3절죄 중에 빠져서 영 죽을 인생을 구하여 주려고 나 피를 흘렸다네 죄를 대속했건만 너 무엇 하느냐네 죄를 대속했건만 너 무엇 하느냐
4절한없는 용서와 참사랑 가지고세상에 내려와 값없이 주었다이것이 귀중하건만 날 무엇 주느냐이것이 귀중하건만 날 무엇 주느냐
작사 : 프랜시스 리들리 해버갈 (1858)작곡 : 케노시스 필립 블리스 (1873)
이 찬송가의 작시자인 프랜시스 리들리 해버갈(Frances Ridley Havergal. 1836-1879)은 영국 출신의 여류시인이며 찬송가 작시자였다. 그녀는 병약한 몸으로 43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음악과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아름다운 찬송시를 많이 남겼다. “I Gave My Life for Thee(내 너를 위하여)”는 그녀의 첫 번째 찬송시이다.
해버갈의 언니가 기록한 해버갈의 전기에는 이 찬송시의 탄생 배경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해버갈이 22살이던 1858년 1월 10일, 목사이며 찬송 작시작곡가이기도 한 그녀의 부친은 몸이 약한 그녀가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그녀를 독일로 공부를 겸한 여행을 보냈다. 그녀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한 독일 목사의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의 서재에 걸려 있는 쉬테른베르크의 작품인 가시관을 쓰신 그리스도의 성화 ‘ECCE HOMO(Behold the Man. 이 사람을 보라)’를 보다가 그 밑에 적혀 있는 글에 그만 사로잡히고 말았다.
I did this for thee; What hast thou done for me? 나 너를 위해 이 일을 했건만 너 날 위해 무엇을 했느냐?
그것은 십자가 위의 예수 그리스도께서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피땀을 흘리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 그림과 글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이 말을 받아 적었고 번개같이 머리에 떠오른 몇 줄의 시를 써내려갔다. 시 전체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내용은 바로 그 그림의 글이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해버갈은 벽난로 앞에 앉아서 그 찬송시를 다시 꺼내 읽었다. 그러다 어쩐지 그 찬송시의 문장에 자신이 없어져서 시를 적은 종이를 구겨서 벽난로 불에 던져 버렸다. 그런데 굴뚝에서 바람이 거꾸로 불어 내려와 종이 뭉치가 도로 바닥에 떨어졌다. 종이는 가장자리만 조금 그을려 있었다. 해버갈은 그 종이를 다시 주워 그을린 부분을 정리한 다음 가방에 접어 넣었다. 얼마 후 해버갈은 빈민굴 양로원의 가난한 여인들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그을린 종이를 꺼내어 시를 읽어 주자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였다. 그 후 그녀는 영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그 시를 보이며 작시의 동기를 설명하였고, 아버지는 그녀에게 시를 잘 보존하라고 격려하였다. 그리고 몇 절을 더 쓰도록 권유하여 드디어 오늘날의 이 찬송가가 나오게 된다.
1836년 영국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난 해버갈은 밝고 쾌활한 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사랑하여 말을 배움과 동시에 노래를 불렀으며 7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1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해버갈에게는 첫 슬픔이 되었다. 14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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