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
로렌조 오일
ALD(대뇌백질위축증)이란 불치의 병으로 죽어가는 아들을 살린 부모의 감동적인 실화를 담은 <로렌조 오일>이란 영화가 있다. 아카데미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지나간 명화 한 편을 다시 주목하려는 이유는 로렌조의 부모가 찾아낸 명약 올레인산 때문이다.
난치성 유전질환인 이 병은 긴 사슬형 지방산이 분해되지 않고 핏속에 남아 뇌신경을 파괴하는 병으로서 운동 능력을 서서히 잃어 죽음에 이른다. 시시각각 기능을 잃어가는 아들을 살리려고 직장까지 내던진 부모는 도서관과 연구소를 동분서주하며 의학 서적을 탐독하고 논문을 샅샅이 살피다가 어느 날 이 병이 포화지방산의 수치와 관계가 있다는 단서를 찾기에 이른다.
올리브유에 다량 들어있는 이 올레인산의 효과를 발견한 그들이 아들에게 투여를 시작한 뒤 로렌조의 포화지방산 수치는 마침내 ‘0’으로까지 떨어진다. 5살에 이 병에 걸려 앞으로 3년만 살 수 있다는 선고를 받았던 로렌조는 서른 살 남짓한 나이로 지금까지 기적의 삶을 살고 있다.
‘올리브’ 하면 TV 만화영화에 등장했던 ‘뽀빠이’의 연인 올리브나 겨우 기억할 만큼 올리브란 단어는 우리네 문화에는 생소했다. 그런데 이제 올리브유는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백화점에서 장을 보는 주부들에게 ‘선물 받고 싶은 1위 품목’으로 선정될 만큼 호평을 받게 되었다. 이렇듯 좋은 먹거리로 올리브유가 각광받고 있는 시기에 로렌조의 난치병을 올리브유가 해결한 획기적인 실화는 뭔가 놓쳐선 안될 정보를 채우고픈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근원적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올리브에 얽힌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지중해 연안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지중해의 영광과 올리브
지중해 연안과 중근동이 세계 역사를 이끌어가던 시대에 올리브는 찬란한 지중해 문명의 상징이었다. 당대의 한 역사가는 “올리브 나무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때 지중해의 영광은 끝나리라”는 말을 남겼다. 그 한 예로 지중해 문명의 중심이었던 아테네의 경제력은 올리브 생산과 직결되어 있었다. 외적이 아테네에 쳐들어오면 우선 올리브 농원부터 짓밟았다. 그 지역의 평화는 올리브의 생산량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올리브 나무는 그 지역 사람들의 젖줄이었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 속에 스며들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포세이돈과 승부를 겨루던 여신 아테나가 땅을 어루만지자 올리브 나무가 자라났고 그 나무에 매료된 제우스가 아테나에게 그 땅을 넘겨주었다는, 믿기지 않는 신들의 이야기로 풍성한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아테네 도시 중심이 되는 아크로폴리스의 높은 바위 언덕에는 올리브 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또 올림픽 경기에 우승한 선수에게는 올리브 가지를 엮은 관이 씌워졌다. 또 부상으로 2.5톤의 올리브유가 주어졌는데, 이 엄청난 양의 올리브유는 당시 막대한 재산이었다.
실제로 로마인들은 온몸에 올리브 기름을 발라 피부를 관리하고 머리 감는 물에 올리브 기름을 섞어 머릿결을 가꾸었다. 상처의 소독과 새 살을 돋게 하는 데에는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만한 것이 없었다. 심지어 올리브 기름으로 정신병을 치
정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전체기사와 사진(동영상)을 보실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