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05 멕시코 성경탐구모임 보고서
김진경
2월 12일 - 한국에서 멕시코 토레온까지
지난 2월 14일부터 한 주일 동안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멕시코 지역 성경탐구모임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멕시코의 토레온(Torreon)에서 열렸다.
한국에서 토레온까지 가는 길은 참 멀다. 국제선 비행기를 이용해서 토레온에 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LA로 가서 이틀에 한번씩 LA와 토레온 간을 왕복하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2월 12일 - 떠나던 날 아침
하늘은 맑게 개었고 햇살이 내리쬐었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이었다. 일행을 태우고 오후에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장장 11시간을 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12일 이른 아침에 LA 공항에 도착했다. LA에서 며칠 머무르셨던 권 사모님과 미국에서 출발하는 형제자매들과 합류한 일행은 늦은 오후,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토레온을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멕시코 입국 수속을 위해 두랑고(Durango)에 내렸다가 30분 정도 더 날아서 늦은 밤, 토레온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기를 여러 번, 현지 시각에 맞춰 시계를 돌리기도 여러 번이었던 하루는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긴 하루를 보냈기에 힘들었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지쳐 있었다. 빨리 숙소에 들어가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씻은 듯 사라졌다. 30여 명의 멕시코 현지 형제자매들이 한국에서 오는 형제자매들을 맞으러 공항까지 나와 있었다. 입국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쪼르르 달려 나온 멕시코 아이들은 내게 장미꽃 두 송이를 안겨 주었다. 그리고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나를 환영하는 것은 아이들뿐이 아니었다. 둘러선 멕시코 형제자매들은 악수와 포옹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낯선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진심으로 반기고 있었다. 한국에서 보았던 얼굴이 눈에 익은 사람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도 우리를 대하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처음 보는 사람을 이토록 진심으로 반가이 맞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형제요 자매들이기 때문이리라.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사실 그것은 당연하다. 내가 알고 있는 스페인어는 한 마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뿐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을 아주 오랜만에 타국에서 만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로부터 이렇게 깊은 환영 인사를 받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나도 기쁘다는 한 마디 배워두지 않았던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모임집은 공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담하고 깔끔한 단층집이었다. 식탁에는 손님들을 위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오랜 여정 끝의 허기를 달래는 것보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이 먼저였다. 멕시코 형제자매들은 그동안 연습했노라며 <그림자> 노래를 한국어로 멋들어지게 불러 주었다. 그리고 한 형제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이어진 스페인어 찬송가들. 지구 반대편에 멀리 떨어져 사는 그들이 이방인이 아니었다. 이들과 대화를 할 수 없는 내가 바로 이방인이었다. 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찬송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쉽게도 그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뿐이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라틴 아메리카인들 특유의 정열을 가진 사람들. 그 열정과 정열이 창조주에 대한 찬송으로 승화된 모습은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성경 자체가 하나님에 대한 찬송이라는 한 형제의 말대로, 찬송은 얼굴색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나를 끈끈하게 하나로 묶고 있었다.
나에게 장미꽃을 안겨 주었던 아이들은 내가 저녁을 먹고 모임집을 나서서 숙소인 피에스타 인 호텔로 향할 때까지 졸졸 따라다녔다. 나는 스페인어밖에 못하는 아이들로부터 손짓 발짓을 통해 몇 마디 말을 배웠다. ‘감사합니다’ 라는 뜻의 ‘그라시아스’와, ‘안녕’이라는 뜻의 ‘올라’, ‘장미’라는 뜻의 ‘로사’. 잊지 않도록 수첩에 적어 놓았다.
2월 13일 - 집회를 준비하며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벼 뜬 시간은 아침 8시 30분. 따사로운 햇살이 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나보다 며칠 먼저 멕시코에 도착한 자매들은 그나마 시차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날 밤 호텔 아래층에서는 새벽까지 쿵쿵거리는 소리와 음악소리가 그치지 않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결혼식 피로연이 있었다고 한다.
아침 아홉시에 모임집으로 출발하는 차가 떠난다고 해서 부랴부랴 호텔 앞으로 나왔다. 호텔 아래서는 차가 한 대 기다리고 있었고, 차는 청년들을 몇 사람 태우고 모임집으로 향했다. 피에스타 인 호텔에서부터 모임집까지는 거리가 좀 있어서 걸어가기에는 좀 멀다.
모임집에서는 토레온 지역의 자매들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메뉴는 아보카도를 바른 빵과 오트밀, 또띠아와 이곳의 과일들이었다. 모두들 미소 띤 얼굴로 ‘부에노스 디아스’로 인사를 나누었다. 영어식 아침 인사와 마찬가지로 ‘좋은 아침’이라는 뜻이란다. 식사 준비가 끝나갈 무렵, 사람들이 모임집으로 하나 둘 속속 도착했고, 다들 맛있게 식사를 했다.
한국에서부터 멕시코는 공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명했다. 며칠 전 비가 내린 탓에 공기가 깨끗하다고 했다. 모임집 안에서는 멕시코 사람들이 스페인어로 더빙된 일요 말씀을 듣는 동안,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햇빛이 잘 드는 모임집 앞 잔디밭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잘 다듬어진 정원수들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어서 시원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오후에는 교사회 모임이 있었다. 뉴욕에서 온 선생님들과, 멕시코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형제자매들이 같이 모였다. 폴린 자매는 뉴욕에서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이번 집회 기간 동안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칠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했다. 나이 어린 아이들과 나이가 든 아이들을 구분하는 문제와, 멕시코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오는 아이들에 대한 문제 등,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주간의 스케줄을 짜고, 아이들이 성경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게임들도 곁들였다. 아이들과 말이 통하는 멕시코 현지 형제자매들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는데, 대부분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이라 교육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낳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하는 아이들의 숫자도 많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 장소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그 아이들을 통솔하는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원활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온 청년들도 아이들을 통솔하는 일을 돕기로 했다.
“아무래도 처음에 멕시코 집회를 할 때는 한국에서 나와 있는 해외 식구들이 일을 많이 했는데 매회 지나면서 멕시코 형제자매들이 자체적으로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물론 형제자매들의 숫자도 늘었지만 구원받은 지 오래 된 형제자매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보고 배우면서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 박해숙
“작년까지는 호텔에 부속된 컨벤션 센터의 강당을 계속 강연 홀로 사용해 왔는데 올해는 호텔에서 그 강당을 오락시설로 리모델링하는 관계로 다른 장소를 구해야만 했습니다. 집회 시작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급히 새 장소를 구하다 보니 인근 골프장에 딸려 있는 댄스홀을 빌리게 되었는데, 호텔과 거리가 멀어 걸어서 다니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그래서 매번 차를 타고 다녀야 되고 장소도 훨씬 작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적습니다.
내년에는 멕시코시티 쪽으로 옮겨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멕시코시티는 인구가 아주 많고 공기도 아주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내 중심에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바깥으로 나간 곳에 있는, 지대가 좀 낮고 자연 여건이 좋은 곳으로 수양회 장소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올해도 무공해 식재료로 식단을 짜려고 했는데 찾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멕시코시티로 가면 좋은 음식 재료들도 좀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멕시코시티는 교통이 좋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고, 멕시코 내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각 지역에서 버스 한 대 내지 두 대, 많게는 석 대까지 오는데 우리는 그것을 막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쪽 멕시코에는 대체로 어른이 둘이면 아이들도 두세 명이 됩니다. 올해 어떤 지역에서는 아이들을 오지 못하게 해서 차 한 대밖에 못 왔는데, 앞으로는 아이들도 많이 오고, 깨달은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누구나 와서 성경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 유중조
밤이 늦어도 자매들의 음식 준비 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방송을 맡은 형제들은 방송 장비들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있었고, 멕시코 현지 형제들도 각자가 맡은 일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각지의 형제자매들이 도착하는 내일까지 모두 바쁠 것이다. 수송을 맡은 형제들은 토레온 공항으로, 버스 터미널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호텔과 모임집, 집회 장소 간의 거리가 멀어 집회기간 내내 참석자들 전체를 실어 나르기 위한 셔틀버스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작은 물건을 하나 사기 위해서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수송팀의 일은 그만큼 중요했다. 모두가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늦은 시간, 시청의 허가를 받아 집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거리에 걸고 있는 토레온 형제들의 모습이 차창 밖으로 지나갔다.
2월 14일 - 집회를 위한 최종 준비들
뻥~
느닷없이 들려오는 무언가 터지는 소리. 그리고 곧이어 이어진 김빠지는 소리. 모임집에 놓아두었던 압력솥이 터졌다.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누가 지나가고 있었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언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큰 집회를 앞두고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작은 일에도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집회가 열릴 강연장으로 이동했다. 집회가 시작되는 날이었지만, 새로 빌린 집회 장소는 많은 부분 정리가 덜 되어 있었다. 지저분한 강단을 정리하고 장소가 지나치게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에는 파티션을 세웠다. 의자를 정돈하고 테이블을 닦고 테이블보를 씌워 놓으니 한결 나아 보였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는 주방의 벽과 싱크대에는 먼지와 죽은 곤충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미리 정리를 해 놓은 한쪽 주방에서는 멕시코 자매들이 그날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한국에서 간 자매들은 반대편 주방을 청소하고 싱크대와 식판들을 수세미로 문질러 닦으며 오후를 보냈다. 식사를 맡으신 어머니들은 한국식 식단과 멕시코식 식단을 조정하면서 바삐 움직이셨다. 끊임없이 이어져 도착하는 각 지역 식구들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점심식사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어야 했다.
저녁 일곱 시. 드디어 집회의 시작이다. 윤성도 형제님의 스페인어 찬송가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는 스페인어로 된 성경책과 찬송가책이 빈자리에 나란히 놓여져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는 듀란 형제가 맡았다. 멕시코에서 처음 집회가 열렸던 나바(Nava)에서 구원받은 형제라고 한다. 멕시코에 복음이 들어온 지 벌써 10년이 지나, 이제는 멕시코 형제들이 각자 일을 맡아 움직이는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통역자 박상원 형제와 나란히 앉은 HK 형제는 간단한 스페인어 저녁 인사로 설교의 시작을 연 뒤 한국 말로 이어갔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입을 열어 성경 강연을 한 멕시코에서, 수많은 멕시코 사람들을 마주 대하고 성경을 말하는 HK 형제의 기분은 남달랐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제가 성경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멕시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페인어 통역관이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한국어를 영어로 통역하기 위해서 멕시코에 왔다가 성경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4, 5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 멕시코 모임은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멕시코 전체에 흩어져 있는 멕시코 형제자매들이 다 모일 수 있는 성경탐구모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멕시코 모임의 중심지는 나바였습니다. 마사틀란(Mazatlan)과 토레온에 전도가 막 시작되고 있었고, 쿠엔카메(Cuencame)에 형제자매들이 몇 분 있을 뿐이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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