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1월, 2월 태국 전도집회
권현숙
작년 10월 말 박청 집회를 필두로 시작된 태국의 복음의 역사는 태국의 꽃 수련처럼 활짝 피어올랐다. 올해 태국의 첫 집회는 지난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태국 남부에 자리 잡은 해변 도시 푸켓과 북부의 한 도시, 두 곳에서 있었다. 또 1월 24일부터 26일까지는 북부의 큰 도시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는 이미 한번 전도집회가 열렸던 사쿤나쿤에서, 2월 1일부터 4일까지는 방콕으로부터 북동부 방향으로 약 400Km 떨어진 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태국 북부의 한 도시는 능 목사의 고향이고, 또 다른 북부의 큰 도시는 아몬 목사의 고향이다. 그들은 복음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하며 그 지역의 목사들과 자주 교류를 가졌고, 드디어 자신들의 고향에서 집회를 개최하기까지에 이른 것이다. 우리의 해외 전도 역사 이래, 며칠 간격으로 다섯 곳에서 집회를 연 적은 없었다. 이 강하고 큰 힘은 자국의 복음화에 큰 뜻을 품고 일선에 나선 현지인 목회자들과 김 형제님, 그리고 몸과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는 형제자매들과,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계시는 주님으로부터 나온다.
이번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로 인해 세계적인 관광지인 태국의 푸켓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아름다운 언덕’이라는 뜻의 해변 도시 푸켓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구호품을 들고 찾아오고 있는 이 때, 우리는 구호품으로도 구하지 못하는 그들의 영혼을 구하러 복음의 메시지를 들고 갔다.
1월 15일
서울에서 13명의 일행이 방콕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겨울인데도, 열대국가인 태국은 초가을의 날씨이기 때문에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때이다. 지진해일의 여파로 인해 비행기 좌석은 100석이나 텅 비어 버렸지만, 우리 일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태국으로 가고 있었다. 방콕 공항에서 화물로 부친 짐을 기다리며 다른 이들의 짐을 보니, 대부분이 골프 가방이었다. 태국은 유일하게 비행장 활주로 사이에 골프장이 있고, 부촌의 공터에는 꼭 골프장이 있을 정도로 골프 왕국이다. 골프 여행을 위한 다른 이들의 태국 방문과는 달리, 우리 일행은 하나님께서 태국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러 왔다.
태국의 겨울은 건기라 비가 덜 오는데, 우리 일행이 도착한 날 방콕에는 6개월 만에 비가 내려 건조한 땅을 적시고 있었다. 김 형제님은, 귀한 형제자매들이 온다고 날씨도 반기며 귀한 비를 내리게 한 것 같다고 하셨다. 형제자매들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가 가장 반갑다며 기뻐하시는 모습에서 한국 성도들과의 교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우리 일행을 위해 능 목사와 몇몇 분들은 야식을 준비하셨다. 타피오카에 코코넛 액을 소스처럼 뿌린 음식과 대나무에 찹쌀을 넣어 찐 밥, 그리고 각종 열대과일이었다. 늦은 저녁까지 기다려준 그분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능 목사 일행이 먼저 집회지로 출발해야 한다며 짐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 일행은 야식을 먹으며 앞으로 있을 집회들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고, 생전 처음 맛보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권 사모님과 김 형제님 그리고 여러 형제님들은 이틀 후면 시작될 두 곳에서의 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다. 김 형제님은 푸켓 집회를 열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기로 씨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푸켓에 사는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복음의 메시지를 들고 가자고 계속 말씀하셨다. 밤늦도록 이야기가 이어졌고, 방콕에 늦게 도착하는 3명을 포함한 총 인원을 적절히 나누어서 집회들에 배치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1월 16일
태국의 왕족이 개를 아끼기 때문에, 태국의 거리는 곳곳에 들개처럼 방랑하는 개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그 개들은 태국 사람의 성정을 닮아서인지 심성이 순하다.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거나, 이유 없이 소리내어 짓거나 하지 않고, 자동차가 지나가도 유유히 비켜줄 뿐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순한 개들이 밤새도록 늑대 울음소리를 냈다. 김 형제님은 낯선 사람이 왔다는 표현이라고 하셨다. 우리 성도들을 반기는 것이라고. 내 생각으로는 자신들의 영역이 침범당하는 우려의 울부짖음 같은데,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을 반기는 것이라고 역으로 생각하시는 담대함이 놀라울 뿐이었다.
자매님들은 식사 준비로 바쁘고, 형제님들은 두 곳의 집회에 인원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논에 여념이 없었다. 자매님들은 살림하는 사람의 손길이 부족하다며 여기 저기 청소하고, 여러 사람이 사용한 식기류를 소독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삶는 등의 일을 하셨다. 이번 집회에 참석할 일행 중 3명의 청년이 섞여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엄마들과 같이 오니까 정말 좋네. 젊어서부터 전도지 곳곳을 다닐 수 있는 젊은 사람이 부러워. 결혼하기 전에 이렇게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지내면서 생각과 가치관을 배워야 해.” - 박은숙
자매님을 도와 같이 일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셨는지 한 말씀을 하신다. 전도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에서는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부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과, 집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장애를 그때그때의 순발력으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장차 전도의 사명을 짊어져야 할 청년들이 이런 일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 어머니들은 젊은이들이 직장 일에서 놓여나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젊을 적에 이런 집회에 참석해보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이런 일을 하기는 더 힘들다며 걱정하셨다.
드디어 미얀마(버마)와 국경을 접하고, 방콕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780km 떨어진 도시에서의 집회와 푸켓 집회에 나뉘어서 참석할 사람들이 정해졌다. 권 사모님과 김 형제님을 포함한 13명은 북부의 도시로 가기로 하고, 정경화 형제와 이희섭 형제, 일라 목사, 참란 목사 등 몇 명은 푸켓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권 사모님 일행에 포함되었다.
북부의 도시로 가기로 한 팀이 먼저 출발했다. 방콕 공항의 국내선 터미널로 가서 1시간 20분 거리의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도착한 도시의 공항은 무척 고급스럽고 조용했다. 태국이 관광 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공항 곳곳의 시설은 편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조금 더 빠르게 달리고 높게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비행기와, 그 외의 시설들이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공항 밖에서는 아몬 목사와 그의 부인 몬 자매, 능 목사와 그녀의 육촌 언니와 형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싣고 집회가 열릴 YMCA 건물로 향했다. 호텔에서 집회를 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예약을 미리 해야 했기에, YMCA 건물에서 집회를 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우리 일행의 숙소가 정해진 후, 아몬 목사 일행과 함께 시내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능 목사의 부모님과 방콕에서 온 콘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날 식사 중에 한국에서 온 일행은 ‘스와디 캅(안녕하세요?)’, ‘칸쿤 캅(고맙습니다)’, ‘네빌라이 캅(천만에요)’, ‘남(물)’, ‘파캄피(성경)’, ‘팝짜우(하나님)’ 등의 태국어를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집회에 참석하는 태국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근함을 보이기 위해서는 한 마디라도 더 알아둬야 할 상황이었다. 인간의 언어가 달라져서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것은 바벨탑을 쌓지 못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기쁨을 같은 말로 나누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식사 후 다시 YMCA 건물로 와서 강연 홀을 점검했다. 강연 홀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푸른 색 계열로 꾸며져 있었다. 커텐, 탁자보, 바닥 타일 모두 푸른색 계열이라 말씀을 조용히 상고하고 집중할 수 있으리라. 형제님들이 영상 설비와 마이크 상태를 점검했다. 강연 홀에는 YMCA 자체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프로젝터용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 스크린이 너무 낡고 구겨져서, 말씀을 들을 때에 방해가 될 거라며 한국에서 가져온 스크린을 설치하자고 했다. 새 스크린은 강연 홀 중앙에 설치해야 했기에, 이미 중앙에 자리 잡고 있던 집회를 소개하는 팻말들을 떼어 양쪽으로 다시 설치하고, 철사와 못을 이용해 스크린을 벽에 걸었다.
권 사모님은 해외 집회로의 잦은 여행으로 몸이 많이 약해지신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강연 홀이 말씀을 듣는 사람에게 최상의 조건이 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고 계셨다. 김 형제님은 이 도시의 목사들이 정식으로 집회요청서를 보내왔고, 그에 대한 답신을 보냄으로써 집회가 열리게 되었다고 말씀하셨고, 그간 태국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들려주셨다. 형제님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며, 새 생명의 탄생에 대한 기대가 그분들에게서 뿜어져 나옴을 느꼈다. 우리가 왜 이 먼 타국 땅에서 이런 일을 하는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계신 모습이었다.
1월 17일
집회 첫날 아침이 밝았다. 고산지대이며 분지 지형이라 아침에는 다소 쌀쌀했다. 전 날 늦은 밤에 태국의 어린 학생들이 이곳에 여행을 왔다가 단체로 YMCA 건물에서 하룻밤 잠을 청했었다. 그 학생들은 아침 일찍 발자국 소리만을 남기고 조용히 떠났다. 아침 식사 시간에는 그 학생들의 조용한 행동에 대한 칭찬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어 태국인의 국민성에 대한 말로 화제가 옮아갔고, 필리핀 사람들과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등록을 마치고 나면 붉은 형광색 종이에 이름을 써서 목에 걸어 주었다. 능 목사와 그녀의 육촌 언니는 필기구를 테이블 각 좌석에 일일이 비치해두었다. 8시 30분에 첫 말씀이 시작되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져 있었지만, 9시 20분이 되도록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밤 산상기도를 했던 사람들이 아침에 늦게 와서 진행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산상기도를 하는 열심의 반이라도 가져, 졸지 않고 이 말씀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사람들의 식사가 끝난 후에야 일정이 시작되었다.
“이번 집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능 목사를 통해서 이 메시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능 목사는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조금이라도 결함이 있으면 안되며, 이번 집회를 통해서 그런 조그마한 것들이 다 정리되고, 하나님 앞에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3, 4일 동안 이 자리에서 같이 자고 지내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능 목사는 반드시 이 새로운 사실을 우리 크리스쳔들이 누려야 되고 깨달아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저 자신은 그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우리 다 같이 능 목사가 이야기한 것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 지역의 대표 목사
78세의 이 대표 목사는 나이와 직책에 관계없이 이 집회를 열게 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곳은 능 목사의 고향인 만큼, 이번 집회를 열기까지 능 목사가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10여 명의 교역자를 포함해 100여 명의 사람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첫 찬송가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이었다. 집회 첫날 부르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찬송을 할 때 팔을 들어 올려 흔들며 부르는 몇 몇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능 목사가 무어라고 말을 하자 팔을 흔들던 사람들이 조용히 내렸다. 팔을 내리고 조용히 찬송가 가사를 생각하며 부르자고 한 것 같았다.
한국에서 온 형제자매님들은 능 목사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기뻐하셨다. 차분해진 분위기에서 찬송가 가사를 상고하고, 말씀을 상고할 수 있도록, 사회를 보는 능 목사가 잘 이끌고 있었다. 물론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한 발자국씩 딛는 걸음이 힘차다.
첫 번째 말씀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조용히 말씀을 듣기 시작했다. 첫 말씀부터 하나님의 분노로 징계를 받는 세상에 대한 말씀이 나왔다.
두려운 소리를 인하여 도망하는 자는 함정에 빠지겠고 함정 속에서 올라오는 자는 올무에 걸리리니 이는 위에 있는 문이 열리고 땅의 기초가 진동함이라 땅이 깨어지고 깨어지며 땅이 갈라지고 땅이 흔들리고 흔들리며 땅이 취한 자같이 비틀비틀하며 침망같이 흔들리며 그 위의 죄악이 중하므로 떨어지고 다시 일지 못하리라 (이사야 24:18-20)
북부 산간 지역인 이곳은 지진해일의 피해를 전혀 입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가 놀랐듯이 이곳 주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말씀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고, 갈급한 마음이 되어 그들의 영혼에 화답이 왔으면 하는 기도가 나왔다.
점심 식사 시간 전까지 두 개의 말씀 테이프를 보아야 했지만, 첫 말씀을 늦게 시작한 이유로 하나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 사용된 말씀 테이프들은 30분 단위의 설교 36개의 영상을 재편집해서 만든 12개의 영상물이다. 12개의 말씀 테이프와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이스라엘 홍보 영상, 아마겟돈에 관련된 영상까지 전부 보려면 사흘의 시간으로는 빠듯하다. 시간 안배에 심혈을 기울여서 진행해야, 진행을 하는 사람들과 말씀을 듣는 사람들 모두 지치지 않고 복음을 말씀하시는 마지막 테이프를 볼 때까지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11시 20분에 첫 말씀이 끝났다. 12시부터 점심 식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중간에 40분의 공백이 생겼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다. 누구 한 사람 시끄럽게 소리 내어 웃거나 부딪혀 오는 사람이 없다. 점심 식사 후에 다시 말씀이 시작되었고, 두세 번째 말씀을 이어서 들은 후 커피타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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