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 북미지역 성경탐구모임 스케치
문소연
지난 2004년 12월 24일 오후 6시 15분 경, 지상에서 발을 떼는 기체(機體)의 큰 흔들림이 느껴졌다. 언젠가 비상(飛上)할 꿈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 인천공항을 떠나 캐나다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밴쿠버로 향했다. 파란 눈을 가진 스튜어디스의 머리에 난 빨간 사슴뿔이, 크리스마스 이브임을 알렸다.
약 9시간 30여 분의 비행 끝에 현지 시각 12월 24일 오전 11시 경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북미 성경탐구모임’
낯익은 한글 팻말과 자욱한 안개비가 우리를 맞았다. 안내를 하러 나온 젊은 형제가 호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적힌 조그마한 쪽지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세심한 배려였다. 네 명씩 짝을 지어 택시에 오른 지 30여 분만에 드디어 집회 장소인 웨스틴 베이쇼어(Westin Bayshore)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정문을 환하게 장식하고 있는 트리와 리본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뒤이어 비에 젖은 바다가 눈길을 붙잡았다. 호텔 이곳저곳에는 푸르른 잎을 가진 관음죽과 켄챠 야자 등이 심긴 화분들이 놓여 있었고, 엘리베이터 앞의 둥근 탁자 위에서 진한 향기를 뿜는 커다란 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본관 9층과 별관 20층 합해서 총 510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호텔에서 집회 기간 중에는 310개, 집회가 끝난 후에는 120개의 방을 사용해, 지난 2004년 12월 25일부터 31일까지 제25회 북미지역 성경탐구모임이 열렸다.
12월 24일 밤
음악을 하는 형제자매들이 농장에 모여 연주 연습을 하면서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음악이 누군가에게 우리가 가진 비밀을 전하는 또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 하신 말씀대로, 형제자매들이 마음의 손을 잡고 한 호흡으로 하나님을 찬양함으로써,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늦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외국에서 열리는 성경탐구모임에 처음 참석한 데다 이번 성경탐구모임의 전체적인 스케치를 해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큰 탓도 있었다. 오후와 저녁 설교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에 집회 장소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소모임이 이루지기도 할 이번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형제자매들께 꼭 알려야 할 소식들과 내가 개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인도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렸다.
12월 25일
한국의 아침을 깨우는 것이 닭이라면 밴쿠버에는 갈매기가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
오전 11시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다들 날씬해졌어요.” 점심 식사를 하러 가면서 보니 형제자매들이 로비 이곳저곳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들이 환했다. 역시 제일 바쁜 곳은 등록부이다. 등록부에서 한국의 원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해 캐나다 달러나 미국 달러로 환전을 해오지 않은 사람들이, 마침 크리스마스라서 환전하는 곳도 문을 닫아 난처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전에 등록을 한 사람들은 바로 남자와 여자로 나눠 줄을 서서 명찰과 숙소의 키를 받았다.
오후 5시
짐을 정리하고 로비로 나가니 대강당으로 들어가는 문 앞 탁자 위에 낯익은 책들이 보였다. 지난 여름에 새로 나온 아해의 전도강연집 DVD 세트와 단행본들을 비롯해 새로 출간된 노래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말씀과 관련된 여러 책자와 영상물들을 접하기 어려웠던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겨졌다.
1층에 마련된 500석과 2층에 마련된 450석을 갖춘 식당은 첫날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식당 뒤쪽에는 진녹색 나뭇가지 위에 핑크색과 은색의 볼과 리본으로 장식된, 높이가 약 4-5미터는 됨직해 보이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자기 가족과만 식사하지 말고 식사 시간을 이용해 국제적으로 친구를 사귀는 게 좋아.”
고완석 형제님이 옆 자리에 앉은 어린 소년에게 말씀하셨다. 먼저 구원받은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언제 봐도 흐뭇하고 정겹다.
오후 6시 30분
“조리개 오토로 해봐요.”
“카메라 위치 센터로! 위치가 맞아? 수평 맞춰.”
질서정연하게 놓인 1100개의 의자들이 잠시 후에 열릴 성경탐구모임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대강당에서, 방송을 맡은 형제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호텔 관리 직원을 불러 천정의 조명을 밝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설교자 대신 다른 사람을 앉혀 놓고 카메라의 위치와 포커스 등을 조절하기도 했다. 대강당 왼쪽 벽에 주제 성구와 집회 날짜가 한글과 영어로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편에서는 어제 밤늦게까지 연주 연습을 했던 분들과 심용후, 성봉모, 이은영 등 여러 형제자매들이 피아노 주위에 모여 안은경 자매의 반주에 맞춰 ‘꿈속의 고향’과 ‘그림자’ 등을 노래했다.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아 있는 강성란 자매님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어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찾아가서 안아보자 늘 바라던 행복을’, ‘찬바람에 흔들려도’, ‘그림자’ 등 아해의 시에 찬송가를 짓는 마음으로 곡을 붙였다는 강성란 자매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옆 자리에 가서 앉았다. 강 자매님은, 이런 노래들이 ‘하나님’과 ‘예수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소망을 전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수줍게 웃었다.
오후 8시
대강당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고향 생각’, ‘바다가 좋아서 그리워하네’, ‘꿈속의 고향’ 등 일곱 곡의 악보가 인쇄된 종이를 나눠 주었다. 대강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첫 설교를 듣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용화 형제님께서 마이크 앞에 서셨다.
“일요일에 예배 볼 때는 기독교인이고 나머지 날들은 불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세간에 ‘일요 신자, 월요 불신자’ 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지내는 생활 전체가, 종교적인 냄새는 나지 않지만 진정한 신앙생활을 합니다. 우리가 지금 모여서 하는 집회도 종교적인 행사가 아니라 성경을 공부하는 모임이니, 찬송가도 부르고 명곡과 아해 노래도 부르는 등 좀 더 자유롭게 노래해도 괜찮겠지요?”
곳곳에서 ‘예’ 라고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타를 멘 이준복 형제님과 플루트를 든 장용섭 형제님, 곽에스더 자매와 이은영 자매는 중앙에 서고, 첼로를 앞에 둔 이수윤 형제와 색소폰을 연주하는 윤철진, 클라리넷을 하는 조기윤 형제는 연주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이용화 형제님은 각국에서 오신 형제자매들에게,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의 노래를 연습해서 집회 기간 중에 들려달라고 부탁하셨다. 뒤이어 최숙희 자매님의 “믿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풍요로운 정을 나누는 우리의 잔치에서, 매일 말씀 듣기 전에 한 시간 정도, 모든 사람들이 같은 호흡으로 숨을 쉬거나 참아가며 같이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라는 멘트가 이어졌다. ‘언덕 위의 집’을 합창하는 등 여러 곡의 노래를 모두 함께 불렀다. 이어서 이준복 형제님은 “이 곡을 쓰신 분도 이 자리에 계시고, 글을 쓰신 분도 조금 후에 나오십니다.” 라며 다시 ‘그림자’를 선창했다.
그러는 동안 카메라는 강당 정면의 단상 옆에 설치된 가로 세로 70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통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었다. 노래가 끝나자, 이 형제님은 “강사님께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한번 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라고 한 후, 신청곡을 받아 찬송가 204장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도 합창했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진 후, 이용화 형제님께서 플래카드의 주제 성구를 읽으셨다.
“12월 25일부터 31일까지 계속될 제25회 북미지역 성경탐구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주제 성구는 누가복음 10장 41절부터 42절입니다. 정확한 뜻은 설교자로부터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보다 조금 젊은 설교자를 소개합니다.”
깔끔한 감색 양복을 입은 강사님께서 “반갑습니다. 준비된 이야기보다 실제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 평소의 생각입니다” 라며 집회의 첫 강연을 시작하셨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지 부지런함에서 나는 것이 아닙니다 ... 세상에 온 우리는 뭔가 채우고 가야 합니다 ... 설교 시간에 자유롭게 기대거나 누워도 좋습니다. 대신 정신만 차리고 들으시면 됩니다.”
설교 도중에 이용화 형제님을 청해 단상에 두 분이 나란히 앉아 룻기를 1장부터 4장까지 다 읽은 후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오래 전 베들레헴 에브라다의 들판에서 있었던 이방 여인 룻과 보아스의 만남으로 인해 다윗 왕의 집안이 형성되었고, 그 집안의 후손이었던 예수님이 바로 이 에브라다에서 탄생하셨다. 이삭을 주우러 밭에 나간 룻이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이르렀다고 되어 있으나 사람이 보기에 우연이지, 하나님 편에서 볼 때는 계획된 일이었다고 하신 말씀이 마음을 붙잡았다.
“오늘 여기에 우연히 오신 분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귀에 하고많은 소리 중에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졌다는 것은 하나님이 여러분을 끌어가시기 위한 준비입니다.”
기도가 끝난 시각은 다음날 오전 1시 10분이었다. 강의가 끝나자 강당 밖 로비에는 3달러인 유기농 죽 등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로비는 간식과 음료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두 대 중 하나가 고장이 나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고객의 안전을 위해 시설을 점검하는 중이란다. 오후 4시 반이면 어두워지기 시작해 5시 반이면 캄캄한 밴쿠버의 밤은 깊어, 다음날 새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12월 26일
잔뜩 흐린 하늘에 두터운 구름.
오전 8시 50분
로비에는 밤새 경비를 선 듯한 형제 두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호텔 직원 두어 사람이 정리를 하고 있었다. 경비팀의 책상 위에는 이번 성경탐구모임의 일정을 영어와 한국어로 담은 일정표가 비치되어 있었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는 특별 행사가 있고, 두 번의 식사, 두 번의 강연, 그 사이에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노래 시간이 들어 있었다.
대강당에서는 방송을 맡은 한 형제님이 지난 여름 한국의 안성에서 요셉의 이야기를 주제로 공연했던 연극 ‘네가 참으로 우리의 왕이 되겠느냐’를 담은 비디오테이프 상영을 위한 준비로 바빴다. 어젯밤 오랜만에 만난 형제자매들과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운 탓인지 예정된 시각인 9시에 강당에는 겨우 대여섯 분이 계셨으나, 30여 분이 지나자 강당 중앙의 좌석이 대부분 찼다. 실내조명이 어두워지고, 스크린에 지난 여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형님들, 제가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들어보실래요?”
“요셉, 정말로 우리가 다 너한테 절을 하더란 말이지.”
“대답해. 네가 참으로 우리의 왕이 되겠느냐고.”
스크린에는 생생한 배우들의 음성과 함께 영어 자막이 나타났고, 2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예수님의 그림자로서의 요셉의 생애를 지켜보았다.
오전 10시
2층 로비에는 아침 식사를 위한 테이블이 준비되고, 그 위에 하얀 접시들이 층층이 쌓이고, 꽃이 놓이고, 호텔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옆방에서는 10시부터 폴린 자매님을 중심으로 13명의 젊은 형제자매들이 모여 뉴욕 교사회 모임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 성경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두고 진지한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이 모임은 시간대를 달리해 집회 기간 내내 계속되었다. 그 옆방에서는 10시 30분부터 HK 형제님과 함께 주일학교 교재를 만들기 위한 성경 공부 모임이 있었다. 창세기 2장과 3장을 심도 있게 살펴보는 시간이었는데, 창세기 2장에서 아담이 잠들어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아담의 갈비뼈로부터 여자를 만들어 아담을 돕는 배필이 되게 하신 데는 훗날 예수님으로부터 교회가 형성되는 비밀이 들어있다, 하나님은 이 일을 마치시고 안식하셨다는 내용 등을 토론했다. 이 모임 역시 집회 기간 내내 계속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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