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2020.01> 정초에

이 글은 2009년 1월 1일 자정에 유병언 회장님께서 
사석에서 형제자매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 해가 너무 빨리 가 버렸습니다. 한 해가 빨리 가듯이 세월도 내 앞에서 너무 빨리 사그라졌습니다. 나도 그 세월처럼 사그라질 날이 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러나 사는 동안은 김빠진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살면서 저만큼 병치레를 많이 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또 저는 억울한 일도 많이 겪었습니다. 어디서 누군가가 ‘파란만장한 생애’라는 말을 하면, 저도 그런 생애를 살았던 사람들 중에 포함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목적이 분명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바람의 답은, 솔로몬이 말한 것처럼 병과 분노가 항상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 5:17 참조
저는 욕심이 참 많았는데 인간적으로 잘살아 보겠다는 마음은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가졌던 욕심은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에는 소박한 삶을 살겠다, 조용한 삶을 누리겠다는 사람들의 글들도 많았습니다. 또 행복이라는 것은 가정을 꾸려서 오순도순 잘사는 것이라고 어려서부터 들어 왔고 배워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딤전 6:8 는 말씀대로였지만 속에는 굉장히 큰 욕심이 있었습니다. 전에 어떤 늙은 걸인이 양지에 앉아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고는 그 노인을 멸시하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목적이 없는 생애를 산다면 어떤 대단한 인물이 삼시세끼 잘 먹고 사는 것이나 그 걸인이나 모양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만약 육신의 욕심을 추구하며 살았다면 제 개인의 삶은 훨씬 더 잘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했더라면 이 모임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모임으로 인해 제 육신이 더 행복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제게는 무언가를 꼭 해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막연하게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 왜 잘되어야 하는지, 무엇 때문인지, 누구를 좋게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먹고사는 것이 충족되면 마음까지 채워집니까? 마음은 절대로 그렇게 채워지지 않습니다. 죽는 날까지 채워도 마음은 차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만 애지중지 키워 놓은 자녀가 결혼해서 집을 떠나면 그 마음이 행복하겠습니까? 자식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도 언젠가는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가까워도 남인 것입니다. “정녕 죽으리라” 창 2:17 는 말씀대로 된 아담과 같이 죽은 모양일 뿐입니다. “악인은 모태에서부터 멀어졌음이여” 
시 58:3 한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 삶은 죽음의 그림자입니다. 
그러나 막연한 것 같아도 훗날을 내다보며 ‘지금보다 어떻게 더 좋아지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이루어 간다면, 당장은 느끼지 못해도 그러한 과정과 분위기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그 세월 동안 나와 가까웠던 사람, 가깝게 지내는 사람, 내 주변을 거쳐 가는 이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 나를 생각해 봅니다.
옛날에는 쌀을 씻을 때 쌀에 물을 붓고는 바가지를 흔들어서 돌을 골라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가지를 흔드는 사람은 돌을 잡아내야 하니 아무 쓸데없는 그 돌을 하나 발견하면 참 반갑습니다. 
성경을 보면 사도 바울은 어떤 사람들을 향해 “우리의 소망이나 기쁨이나 자랑의 면류관이 무엇이냐 그의 강림하실 때 우리 주 예수 앞에 너희가 아니냐” 살전 2:19 라고 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들은 바울의 피붙이도 아니고 바울에게 어떤 덕이 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들을 향해 그들이 소망이나 기쁨이나 자랑의 면류관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 놓은 것을 한번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야망이나 희망 등을 다 가지고 살아왔다 하더라도 무언가 해 놓았다 하는 것이 있습니까? 과연 무엇을 위해 살고 있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삶이 고생스러우니 죽지 못해서 산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편하게 일하며 사는 사람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시간이 주어져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연말이면 술을 마시며 떠들고 즐
정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전체기사와 사진(동영상)을 보실수 있습니다.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