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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 천국이 이런 자의 것이니라

복음서를 읽으면서 75회
마태복음 19:13-15
마가복음 10:13-16
누가복음 18:15-17
2002. 8. 31. 강연
때에 사람들이 예수의 안수하고 기도하심을 바라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매 제자들이 꾸짖거늘 예수께서 가라사대 어린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자의 것이니라 하시고 저희 위에 안수하시고 거기서 떠나시니라  (마태복음 19:13-15)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이가 
천국에서 큰 자니라
이 말씀을 읽으면 어린아이를 잘 돌보아야 하는 문제를 이 성경 구절에 붙여 설명해도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또 어린아이를 대하시는 예수님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말씀은 자신의 가정에 어린아이가 없으니 자신과는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 나타난 어린아이를 통해 세상 모든 사람이 반드시 한 번은 생각해 보아야 될 교훈의 근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마태복음에 기록된 어린아이에 대한 이 말씀은 마가복음이나 누가복음에 기록된 말씀과 비슷하지만 내용이 전혀 다릅니다. 이 말씀은 어린아이를 잘 돌보아야 한다거나, 어린아이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거나, 어린아이에게 유아 세례를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내용 속 단어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왜 여기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 자세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 마가복음, 누가복음의 기록과 비교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어린아이들의 위치와 그들에게 주어진 축복,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만을 말씀하시기 위해 기록된 내용이 아닙니다. “천국이 이런 자의 것이니라” 하셨으니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낮추면 된다고 생각하면 답은 간단합니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 그저 어린아이처럼 자기 마음을 낮추면 됩니다. 그러나 마음은 낮추고 싶다고 해서 낮아지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뿌리박힌 종교심이라는 것은 자책하고 반성하면서도 항상 자신을 위주로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낮춘다는 것은 아이들이 일기장에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앞서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이가 천국에서 큰 자니라” (마 18:4) 고 하셨습니다. 자기를 낮춘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성경을 자세히 보면 예수께서는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 (요 5:39) 라고 자신을 중심에 두고 말씀하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 때로는 예수께서 자신을 상당히 낮추어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낮추셨는지, 이에 대해서 훗날 한 사도는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 2:8) 고 표현했습니다.
그러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이가 천국에서 큰 자니라” 하신 말씀은, 제자들이나 믿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겸손하게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이”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말입니다. 스스로 반성을 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께서 자신을 낮추지 않으셨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또 그분이 천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지 않으시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습니다. 왕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날 때부터 왕이 되기로 한 사람이 왕 자리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에 비추어 이 내용의 “천국이 이런 자의 것이니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우리 개개인이 예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낮추어서 천국에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앞에서 설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 사람은 뭐가 잘났기에 저렇게 큰 소리를 치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그 마음까지 없애 주십시오.’ 하고 기도해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동안 쌓아 온 경험과 읽은 책, 본 영화, 들은 이야기 등을 통해 자신만의 주관이 정해져 있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많은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어린아이와 같이 단순하기만 해서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각자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이들을 보면 ‘네가 무엇을 아느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습니까? 아이들을 보면서 ‘역시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그럴 때 어린 시절의 일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생각이 복잡하고 꾀가 많고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습니까? ‘내가 크면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어릴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저희 집 우물가에서 친척 아주머니들 여럿이 빨래도 하고 쌀도 씻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대화 내용 중에는 제게 아주 섭섭한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속으로 ‘두고 보자. 내가 어른이 되면 저렇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 거야. 나이가 들었을 때 나는 저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 그보다 더 어렸을 때,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어서 결과적으로 어린아이 셋과 어른이 죽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어린 나이에도 일이 그렇게 된 원인을 제공한 그 사람이 얼마나 미웠는지, 그 비겁한 인간도 인간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어린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의 선입견과 다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자기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면으로 발달합니다. 저는 여러 아이들을 만나 보았는데, 돋보기를 가지고 다니며 풀이나 곤충만 보면 자세히 살펴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보면 곤충 학자 파브르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분야에 정통한 아이들도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스스로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아이는 들로 산으로 다니며 자연을 들여다보면서 나름대로 무언가를 터득하며 자라 갑니다. 또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책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는 요령들을 배우면서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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