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 유리스
4편 영광 중에 일어나라
하나님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시고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내 영혼이 주께로 피하되 주의 날개 그늘 아래서 이 재앙이 지나기까지 피하리이다
저가 하늘에서 보내사 나를 삼키려는 자의 비방에서 나를 구원하실지라 하나님이 그 인자와 진리를 보내시리로다
내 혼이 사자 중에 처하며 내가 불사르는 자 중에 누웠으니 곧 인생 중에라 저희 이는 창과 살이요 저희 혀는 날카로운 칼 같도다
저희가 내 걸음을 장애하려고 그물을 예비하였으니 내 영혼이 억울하도다 저희가 내 앞에 웅덩이를 팠으나 스스로 그 중에 빠졌도다
내 영광아 깰지어다 ...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시편 57편)
1장
1947년 가을뉴욕. 플러싱메도우UN
6천 년 간 끌어 온 유대 민족의 문제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인류의 양심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분할안이 UN에 제출된 것이다. 세계 시온주의 협회 와이즈만 의장과 바락 벤 카난은 분할안에 대한 마지막 노력으로 12명의 대표들과 함께 플러싱메도우로 갔다.
그들은 맨해튼 중심에 있는 와이즈만 박사의 아파트를 임시 본부로 정했다. 각 대표들은 팔레스타인 분할안 찬성 득표를 위해 일하라는 사명을 받았다. 와이즈만 박사도 발 벗고 나섰다.
바락 벤 카난은 그 무대의 뒤에서 조용히 활동했다. 그의 역할은 힘의 변동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약한 곳을 분석해서 보충하고 대표들을 지휘해서 급격한 변동에 대처하게 하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 분할안은 절대 만족스럽지 못했고, 무척이나 부당했지만 그나마 UN에 제출되고, 또 그것이 의제로 채택되어 가결된다면, 그것은 유대인들이 그토록 숙원했던 자신들만의 나라, 유대인의 국가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했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팔레스타인 분할안은 마침내 의제로 채택되었다.
“바락, 이제 마음껏, 후회 없이 싸워 볼 일만 남았소. 6천 년 간 품었던 우리의 염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오.”
와이즈만 박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한편, 아랍측은 아랍측대로 승리에의 확신을 갖고 레이크석세스에 나타났다. 회교 국가인 아프가니스탄과 예멘이 최근 UN에 가입했다. 따라서 UN 총회에서의 아랍 회교 진영의 표수는 11표로 증가되었다. 이 국가들은 2차 대전 중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UN 회원국 자격을 얻으려고 전쟁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독일을 향하여 선전포고한 나라들이었다. 반면 연합국에 협조하여 크게 공헌한 이슈브 측에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아랍측은 교묘한 이간책을 동원했고, 2대 강국인 미국과 소련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냉전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팔레스타인 분할안이 가결되려면 이 두 나라의 찬성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어떤 문제에 있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한 적이 없는 미국과 소련이 분할안 건으로 보조를 맞추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분할안이 채택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이슈브측에서는 회교 진영 국가들의 11표를 누르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서도 22표를 얻어야만 했다. 그 후에도 아랍측이 얻는 표 하나하나에 대해서 2매씩의 표를 더 얻어야만 했다. 정확한 계산으로 보면 아랍측은 6표만 더 얻으면 분할안을 매장해 버릴 수 있었다. 자기들이 가진 석유의 매장량을 또 하나의 흥정거리로 삼는다면 현재보다 6표를 더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아랍 밖의 세계에서는 대체로 분할을 지지하고 있었지만, 분할 지지의 감정이 우세하다 하더라도 그 감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더불어 4대 강국이 이슈브를 버렸다. 불법 이민 활동에 공공연히 동정적인 태도를 취했던 프랑스마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식민지의 아랍국가들에게서 불온한 움직임이 보였기 때문이다. 소련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시온주의가 불법이었다.
미국이 취한 입장은 이슈브에게 있어 가장 크고 쓰라린 타격이 되었다. 미국의 대통령도, 언론계도, 국민도, 다 이슈브측에 동정적이었으나 국제정치의 수레바퀴는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애매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분할안을 지지한다는 것은 미국과 영국의 단결을 깨뜨림으로써 서방세계의 주춧돌까지도 깨뜨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영제국은 아직 중동을 지배하고 있었고, 미국의 외교정책은 영국과 직결되어 있었다. 분할안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영국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인 것이다.
4대 강국을 뺀 나머지 국가들의 입장도 비슷했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의 나라는 영국의 압력 앞에 굴복했다. 이슈브가 믿었던 다른 소국들도 태도를 바꾸어 다른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각국의 입장은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은 시시각각으로 태도를 바꾸었고, 마음 내키는 대로 표를 던졌다.
그리스는 아랍 진영을 몹시 혐오하고 있었지만, 이집트에 거류하는 그리스인의 수는 15만 명에 달하고 있었다. 그들 때문에라도 그리스의 입장은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에티오피아는 비록 이집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이집트와 얽혀 있었다.
필리핀 대표는 분할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콜롬비아는 공공연하게 반 유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중남미 제국은 UN의 총 표수 57표 중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 국가의 대부분이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이슈브는 예루살렘이 유대 국가의 수도가 되기를 원했다. 예루살렘이 없는 유대 국가는 심장 없는 몸뚱이와도 같은 것이다. 중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는 가톨릭이 우세했다. 바티칸에서는 예루살렘이 국제도시가 되는 것을 원했다. 이슈브가 예루살렘의 소유를 주장한다면 중요한 중남미 진영의 표를 잃게 될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암담한 상황에서도 이슈브는 기적을, 분명히 있어야 할 기적을 바라면서 노력을 계속했다.
1947년 11월, 마침내 레이크석세스에서 기적의 막이 올랐다.
우선 미국이 분할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조심스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뒤이어 세계를 놀라게 한 사태가 발생했다. 20여 년 간 유대의 시온주의를 불법화해 왔던 소련이 놀랍게도 태도를 바꾸어 팔레스타인 분할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한 소련의 인도적인 가면 뒤에는 몇 가지 교묘한 정치적 계교가 들어있었지만, 이유야 어떻든 이슈브로서는 본의 아니게 야릇한 협력자를 얻게 된 셈이었다.
미국과 소련, 양 강국이 분할안을 찬성한다는 신중한 성명을 발표함과 때를 같이 해서 UN 총회에서는 시시각각으로 갖가지 풍문이 떠돌았다.
아랍측에서는 분할 결의안이 총회에 회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지막 싸움의 준비를 했다.
1947년 11월 27일 수요일
분할안 결의 건의 최종 토론이 벌어졌다. 이슈브 대표단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초조히 총회의 특별 좌석에 앉아 있었다.
아랍측의 방해공작은 몹시 심했다. 총회에서 시험 표결 결과는 유대인들에게는 전적으로 불리했다. 그리스, 필리핀, 아이티, 라이베리아, 태국 등의 나라가 분할안 반대를 표명했다. 이슈브로서는 몹시 암담한 수요일이었다.
그러나 이튿날은 미국의 추수 감사절로서 경축 휴일이었다. 그 하루는 분할안 결의에 필요한 표를 획득할 수 있도록 손을 써볼 수 있는 귀중한 24시간이었다.
이슈브 대표단은 얼른 비밀실에 모였다. 전부 한꺼번에 입을 열었다.
“조용히 합시다.”
바락 벤 카난이 고함을 질렀다.
“표결이 될 때까지 24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우리 모두 침착합시다.”
와이즈만 박사가 흥분된 모습으로 방 안에 들어왔다.
“프랑스의 분할안 찬성표를 얻기 위해서 르옹 블룸이 직접 나섰다는 전보가 파리에서 들어왔소. 분할에 찬성하는 쪽으로 파리의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하오.”
르옹 블룸은 유대계 프랑스인으로 전에 프랑스의 수상을 역임했었다. 프랑스에서 그의 발언은 아직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미국에 호소해서 그리스와 필리핀이 찬성표를 던지게 할 수는 없을까요.”
미국을 상대로 공작을 해왔던 대표는 고개를 내저었다. “미국은 어느 나라 대표에게도 압력을 가하지 말라는 트루먼의 지시가 있었소.”
그때 전화가 울렸다. 와이즈만 박사가 수화기를 들었다.
“됐소..., 됐소. 수고했소. 인접해 있는 이집트의 압력 때문에 분할안에 반대 투표를 할 것이라던 에티오피아가 기권을 한다는군요.”
와이즈만 박사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똑똑똑.”
모두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슈브 측근의 신문 기자 한 사람이 들어왔다.
“태국에 혁명이 일어나서 태국 대표가 자격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왔어요.”
아랍측으로서는 또 하나의 표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이 소식을 들은 대표들 입에서 기쁨의 환성이 터져 나왔다.
바락은 얼른 머릿속으로 찬성파와 반대파의 국가군들을 나열시켜 보고, 힘의 변동 결과를 살펴보았다.
“어떻게 될 것 같소, 바락?”
“글쎄, 아이티와 라이베리아가 찬성파에 속하고 프랑스가 밀어준다면, 그리고 우리가 더 이상 표를 잃지만 않는다면 간신히 통과할 수는 있을 것 같군.”
그러나 이슈브가 마음 놓고 안심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각 대표들은 긴장에 싸여 엄숙하게 최후의 공작을 토의했다. 이 단계에 들어 선 이상 하나의 표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1947년 11월 29일 금요일
의사봉 치는 소리가 울렀다. UN 총회의 개회가 선언되었다.
“분할 결의안의 호명 표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채택에는 3분의 2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합니다. 각 대표들은 찬성, 반대 또는 기권의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는 답변을 하십시오.”
넓은 의사당 안에 엄숙한 정적이 흘렀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은 반대합니다.”
이슈브는 첫 번째 표를 잃었다. 바락은 그것을 메모지에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기권하겠습니다.”
“기권 표 수를 줄이지 않으면 그 때문에 일을 망치될 겁니다.”
바락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누구나 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 영연방 국가 중 처음 한 표를 들고 일어나고 있는 에바트를 지켜보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에바트가 말했다. 수군거리는 음성이 이어졌다. 와이즈만은 바락의 귀에 입을 갖다 대고 속삭였다.
“영연방국들의 조류가 이럴 것 같소?”
“알 수 없지요.... 한 번에 한 표씩 셀 수밖에....”
“벨기에.”
“벨기에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또 한 번 넓은 의사당 안이 수군거리는 소리들로 가득 찼다. 벨기에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분할안을 반대했었다.
“볼리비아.”
“볼리비아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브라질.”
“브라질은 분할을 지지합니다.”
남미 국가들은 보조를 같이 하고 있었다. 다음 한 표는 결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소련이 배신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다음에 호명되는 소련의 위성국가 벨로루시의 투표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벨로루시.”
“벨로루시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유대인들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슬라브 진영은 이슈브측에 찬성했다. 전망은 매우 밝았다.
“캐나다.”
캐나다 대표 레스터 피어슨이 일어나서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캐나다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영연방의 두 나라가 이미 영국과 반대되는 입장을 발표했다.
“칠레.”
“칠레는 기권하라는 훈령을 받았습니다.”
“중화민국.”
아시아의 지배권을 노리고 있는 중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회교도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을 꺼려했다.
“중화민국은 기권합니다.”
이슈브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 대표는 어느 UN 요직에 추대해 주겠다는 아랍측 매표 공작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그는 기립해서 이집트 대표단 쪽을 바라보았다.
“코스타리카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매수되기를 거부한 이 사람은 미소를 띠고 자리에 앉았다.
“쿠바.”
“쿠바는 분할에 반대합니다.”
쿠바의 반대는 이슈브가 전혀 예기치 못한 충격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
“체코슬로바키아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덴마크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분할에 찬성합니다.”
“이집트.”
“이집트는 반대할 뿐 아니라 이런 무도한 행패에는 구속되지 않을 것이오.”
이집트 대표의 폭발에 뒤이어 의사봉이 울리고 장내에는 질서가 돌아왔다.
“에콰도르.”
“에콰도르는 찬성.”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 기권이오.”
이것은 폭탄이었다. 놀란 아랍 대표들은 일시에 에티오피아 대표를 쳐다보았다. 시리아 대표는 분에 못이겨 주먹을 마구 흔들었다.
“프랑스.”
열강 중에서 분할안에 탐탁해하지 않던 프랑스의 차례가 돌아왔다. 파로디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랑스의 기권은 이슈브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다. 블룸의 노력과 프랑스 국민의 여론이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프랑스 공화국은 분할에 찬성합니다.”
파로디는 만족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기대에 어린 말소리가 일어났다. 기적이 정녕 일어나고 말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처음으로 그 흥분 속에서 생긴 것이었다.
“과테말라.”
분할안 지지의 선봉에 섰던 그라나도스가 “찬성.” 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그리스는 분할에 반대합니다.”
그리스는 최후의 순간이 되어 이집트의 위협 앞에 굴복한 것이었다.
“아이티.”
아이티는 지난 이틀 동안 본국으로부터의 훈령이 없어 갑자기 허공에 뜬 중요한 한 표였다.
“본 대표는 방금 아이티 정부로부터 분할에 찬성하라는 훈령을 받았습니다.”
“온두라스.”
“온두라스는 기권합니다.”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이 세계에서 가장 새로운 공화국의 탄생에 협력한 것이다.
“인도.”
“인도는 분할에 반대합니다.”
“이란.”
“이란은 반대합니다.”
“이라크.”
“이라크는 반대할 뿐 아니라 유대 놈들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 이날을 에워싸고 피가 흐를 것이오. 우리는 반대입니다.”
“레바논.”
“레바논은 분할에 반대합니다.”
“지금까지 결과는 어떻소?”
와이즈만이 바락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찬성 15표, 반대 8표, 기권 7표입니다.”
너무 크게는 희망을 걸 수 없었다. 현재까지로 보아 유대 쪽에서 얻어야 할 3분의 2의 찬성 표 중에 한 표가 부족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타격을 초래할 수 있는 기권표 수는 늘어가고 있었다.
“바락, 어떻게 생각하시오?”
“앞으로 남미 3개국이 투표할 때 알게 되겠지요.”
“투표가 거의 끝날 지경인데 아직까지 자신을 가질 수 없다니....”
와이즈만이 소리 나게 침을 삼키며 말했다.
“라이베리아.”
“라이베리아는 분할에 찬성.”
“룩셈부르크.”
영국의 경제권 내에서 압력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소국이었다.
“룩셈부르크는 분할에 찬성합니다.”
영국은 다시 한 번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이슈브는 3분의 2에서 한 표를 더 얻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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