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연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빼앗긴 미래
1980년대 초, 온화한 아열대성 기후와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유명한 마이애미 등 세계적인 관광지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 주의 아포프카 호수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이 호수에 살고 있는 악어의 암컷이 낳은 알이 거의 전멸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보통 악어의 부화율은 90%에 가까운데, 유독 이 호수에서는 18%밖에 부화되지 않은데다 부화된 새끼의 반 이상은 생후 10일도 지나지 않아 죽어버린 것이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몇 년 전 이 호수에서 4백 미터 가량 떨어진 화학 공장에서 사고가 나 살충제가 호수로 흘러든 직후 악어가 떼죽음을 당한 일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까지도 영향을 끼쳐 이 호수에 살고 있는 수컷 악어의 약 60%가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악어보다 생식기가 위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악어들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수컷 악어의 호르몬이 암컷의 호르몬과 거의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살충제가 성호르몬을 교란시키는 물질로 판명되었다. 이 호수에 살고 있는 붉은귀거북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붉은귀거북은 모두 암컷이거나, 수컷도 아니고 암컷도 아닌 간성(間性)으로, 수컷은 이 호수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그 후 1996년 3월, 주요 환경호르몬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를 거쳐 생태계 전체로 순환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영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각종 사례들을 들어가며 설명한 ‘빼앗긴 미래’(Our Stolen Future)라는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환경호르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호르몬이란 무엇이며, 어떤 것을 환경호르몬이라고 하는지 먼저 알아보기로 하자.
내 몸속에 가짜 호르몬이!
호르몬은 인간이나 동물의 체내의 내분비기관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혈액을 통해 운반되며, 정보를 전달해서 그 기관의 활동이나 생리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호르몬은 생물체내에서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물질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산업 활동을 통해서 자연계에 배출된 인위적인 화학물질이 인체에 들어가 진짜 호르몬처럼 작용해서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교란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물질에 대해서 1997년 5월에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환경호르몬’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환경호르몬의 정확한 명칭은 ‘외인성 내분비교란 화학물질’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화학물질 중 환경호르몬으로 밝혀진 것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은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의 주된 표적은 동물이나 사람의 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은 생물체의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기도 하고 강화시키기도 하면서 아주 적은 양으로도 생식 이상이나 성장 이상 등 생물체의 발육과 성장 및 각종 기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쉽게 분해되지 않아 수년간 잔류되기도 하고 생물체의 지방 및 조직에 농축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피해는 수컷의 암컷화로, 수컷의 정소를 축소시키거나 암컷화시켜 생식력이 사라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겨냥하고 있는 환경호르몬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인공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도 매년 수십만 종류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있다. 매년 이렇게 수많은 화학물질이 새로 개발돼 제품으로 만들어져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그 많은 인공 화학물질이 생태계나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일일이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어떤 물질은 그 영향을 생물들에게서 관찰하기까지 수 년, 또는 수십 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소요된다. 그러는 동안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피해는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심각성으로 인해 환경호르몬은 전 세계적으로 생물체에 위협이 되고 있는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문제와 함께 세계 3대 환경문제로 등장했다.
환경호르몬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고, 우리는 장기적이고 만성적으로 이 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생태계나 인체에 그 악영향이 나타날지 모르는 잠재된 수많은 환경호르몬들은 ‘현재’보다는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겨냥하고 있다.
태내에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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