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자는 숲 속의 공주>, <장화 신은 고양이>, <신데렐라>, <엄지 공주> 등과 같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 실은 프랑스 동화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들을 위해 최초로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연 사람은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이다. 17세기 후반, 세련미를 중시하던 프랑스 사회에서는 시 형식을 가장 수준 높은 글쓰기로 생각하여 대부분의 작가들이 운문을 썼다. 이때 샤를 페로는 프랑스에 전해 내려오던 옛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읽기 쉬운 산문 형식으로 각색하여 동화집을 펴냈다.
동화집은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근대화의 길목에 있던 프랑스 국민들은 극심한 빈부격차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시대에는 <엄지 공주>의 어른들처럼 노동력을 얻기 위해서 아이를 많이 낳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하면 아이들부터 버렸다. 힘겹게 노동하던 여성들과 어린이의 사망률이 높아서 재혼하는 남자가 많았고, 새어머니 밑에서 살아야 하는 어린아이도 많았다. 하루 종일 청소하고 부엌일을 하는 ‘신데렐라’의 삶은 당시 서민 계급 어린이들의 현실 그 자체였다.
페로는 중년에 부인과 사별한 후 홀로 자녀들을 키우면서 자기 자녀들을 교육하려고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때문에 페로의 동화에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녹아 있었다. 착한 일은 보상을 받고 악은 벌을 받는 옛 이야기 속에 담긴 교훈이 아이들의 교육에 꼭 필요하다고 믿었던 페로는 각각의 이야기마다 자신이 말하고픈 교훈을 적었다. 샤를 페로의 동화들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리젤리디스>라는 작품이 있다. ‘그리젤리디스’는 페로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자유분방했던 17세기 프랑스의 왕실과 귀족 여성들에 대한 반발심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그리젤리디스>의 첫머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젊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아가씨,인내심의 화신인 당신을 모든 사람이 따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파리의 남자들은 세련되고 즐길 줄도 알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한 행복을 느끼지만,파리에는 온통 해롭고 악한 모습들이 우글거려,일 년 내내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는 없지요.파리 여인들은 참을성은 없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그들의 남편이 참을성을 발휘하게 하는 비결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은 샤를 페로는 <그리젤리디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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