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애 | 미국
어렸을 때 사람들이 ‘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 하고 물어도 나는 한 번도 내가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보다 ‘무엇이 되어야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만약 부자가 된다고 하여도 믿을 것이 못 될 것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망하는 수가 있는데, 실제로 친구네 집이 그랬다. 또 대통령이 된다고 하여도 대통령도 총에 맞아 죽는 세상이었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무용을 좋아해서 춤추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는 춤을 좋게 보지만은 않던 사회였다. 이렇게 ‘내 인생을 바치고 살았을 때 후회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나를 끝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커서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목적 의식도 없이 사는 것 같았고 무엇을 악착같이 이루려는 생각이 없어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무엇을 해도 나중에는 꼭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게 ‘그것을 해봐야 무엇 하나.’라는 생각으로 시간만 낭비하였다. 도무지 내가 즐거워하며 살 수 있을 만한 일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에서 공부하던 큰언니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언니가 사고로 혼수상태라는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가 방에서 오열하고 계셨다. 어머니가 최대한 빨리 수속을 밟고 미국으로 가셨지만, 도착하기 전 언니는 세상을 떠났다. 우리 오형제 중 큰언니는 제일 똑똑하고 야무졌기에 부모님의 기대가 무척 컸다. 그런 언니가 겨우 스물세 살에 세상을 떠났다. 그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죽는 것을 경험했다. ‘죽음’이라는 것은 내게 굉장히 가깝게 다가왔고, ‘만약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언니의 죽음을 통해서 나는 삶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되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2층의 내 방에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내가 무엇을 믿고 살아야 후회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나.’ 하고 심각하게 생각했던 그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대학교 1학년생이 되었다. 그때 나는 어떤 큰 실수를 했다. 그 전까지는 내가 죄인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때 비로소 ‘죄인’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죄를 짓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누구도 모르고 나만 알고 있는 죄였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두 눈을 부릅뜨고 내 얼굴을 향해서 손가락질을 하며 “너!” 하고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무서웠다. 나에게는 부잣집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부모님은 교회의 장로였다. 당시 우리 가족은 교회를 다니지 않았고, 나도 교회는 시시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하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친구네 집에 도둑이 들어 친구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값비싼 보석을 모두 도난당했다. 친구 어머니는 욕심 많으신 분이기에 나는 난리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에 보니 굉장히 안정되어 계셨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하나님이 다 가져가신 것인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생각하신다는 것이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저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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