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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 노래와 삶

     유병언   우리가 찬송을 부를 때, 입으로만 부릅니까, 아니면 그 찬송의 내용이 내 생각이나 마음과 같습니까? 우리는 흔히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찬송에 대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불렀든 혼자 불렀든, 아니면 흥얼거렸든 아니든, 찬송가 가사는 작사자가 성경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쓴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 내용을 볼 때 과연 내 중심의 생각도 그러한지, 아니면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다른 사람 앞에서 부르는 찬송인지를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세상을 살만큼 살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주변의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면, 앞날을 생각해 볼 때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남아있는 추억이 정신적인 재산입니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그 추억들이 마음을 일깨워 노래하게 하는 것입니다.그런 노래를 부르다 보면 다른 사람이 지은 노래라도 자기 마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비록 내가 시적인 표현은 하지 못하고 내 마음을 미처 다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 지어 놓은 노래를 보면 꼭 내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그 가사를 쓴 것이 아닌데도, 옛 생각을 하면 꼭 내 마음이 그 노래 같습니다. 누가 쓴 가사인지 몰라도 그 가사나 가락이 내 마음을 끌고 가는 것입니다. 저는 ‘보리밭’의 노랫말을 쓴 박화목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릴 때 밀밭에도 뛰어다녀 보았고, 보리밭 사이도 뛰어다녀 보았습니다. 노고지리 ‘종다리’의 옛말-편집자 주 를 잡으러 밀밭 사이를 다니다가 어디 걸려서 넘어지면, 개미귀신이 개미를 잡아먹는 것도 보고, 쇠똥구리가 물구나무서기한 채로 동글동글한 소똥을 밀고 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보리밭이나 밀밭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주 조그만 둥지에 알이 놓여 있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그런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전쟁 통에 그런 시절은 더 이어지지 못하고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후에 어느 날 어떤 글을 읽었는데, 그 글에 곡이 붙어 노래가 되었습니다.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보리밭>   박화목 사, 윤용하 곡)   다른 사람이 쓴 보리밭 이야기인데도, 노래를 들으면 생각이 그 시절로 달려갑니다. 추억이라는 것은 우리 기억 속에서 빼낼 수 없는 것입니다. 도시에 살았든지 농촌에 살았든지, 사람마다 친구들이든 선생님이든 그곳에서 누군가와 함께했던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 지역, 그 시대에 속한 사람들에게 남겨진 정신유산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계속 병상에 누워 있었거나,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면 그런 추억은 있지 않을 것입니다.또 ‘옛 동산에 올라’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산천의구(山川依舊)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베어지고 없구료   지팡이 던져 짚고 산기슭 돌아나니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옛 동산에 올라>   이은상 시, 홍난파 곡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참 잘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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