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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 에링거펠트에서의 7일간의 기록

글 권현숙
         시차 적응에 대비해 늦게까지 잠을 자지 말라는 동료의 충고에도 나는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땐 오히려 상쾌함까지 들었다. 이런 4월 14일 아침을 맞이한 나는 독일에서 열리는 2003년 유럽 지역 성경탐구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반도 너머의 이국의 공기를 마시러 간다는 사실을 내 머리와 가슴보다 몸이 먼저 인식하고 반응하는 걸까? 나는 일본을 경유해 독일에 도착할 때까지 비행기 안에서 미지의 땅을 상상하며 낯선 흥분감에 젖어갔다.        한때 동과 서로 갈라져 있다가, 이제는 전 세계에 유일한 분단국으로 한국을 남겨 두고 성공적인 통일을 이룩한 나라. 릴케, 헤르만 헤세, 유대계 독일인이었던 카프카의 나라,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신교와 구교간에 30년 전쟁(1618-1648)이 일어난 그곳은 실제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프랑크푸르트, 길보다 나무가 먼저          15일, 드디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가 태어난 유서 깊은 도시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일행과 함께 뒤셀도르프로 출발하는 셔틀버스에 올라야 했다.        독일에 도착한 후의 첫 느낌은 건물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는 것이었다. 고속도로 양 옆 길가에는 고층 빌딩 높이의 높고 울창한 나무들이 산울로 쳐져 있었고, 중앙선에도 아름드리나무가 심겨 있었다. 고개만 돌려도 깊은 숲 속에나 있을 정도의 크고 높은 나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뒤셀도르프로 가는 길 3시간 내내 나무와 초원, 그리고 바람을 이용하는 풍력 발전기를 볼 수 있었다. ‘길보다 나무가 먼저’라는 일행의 말대로 길 어디에서나 싱그러운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뒤셀도르프, 새색시처럼 단아한 도시          그 날 저녁 9시 경에 도착한 뒤셀도르프는 하이네가 태어난 도시이다. 중 고교 시절, 음악시간에 배우는 “로렐라이”를 작사한 사람이 하인리히 하이네이다. 1797년 뒤셀도르프에서 가난한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후에 독일인들이 애창하는 노래들을 가장 많이 작사한 유명한 시인이 되었다. 하이네 기념관이 있는 이 뒤셀도르프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없어 갓 시집 온 새색시처럼 수수하고 단아하고 조용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16일 아침, 뒤셀도르프 근교를 지나며 선진 독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 라인 강을 보았다. 중부 유럽 최대의 강이라 할 만큼 스위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많은 나라들을 따라 흘러 길이가 약 1,320km나 된다고 한다.        라인 강을 지나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도착한 곳은 오래된 세무서(Zollhaus) 건물이었다. 유럽지역 선교활동을 지원하는 사무실이 있는 이 건물은 300년이나 된 옛 건물이었는데, 세월의 흐름을 비켜 간 듯 그렇게 굳건히 서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전, 사무실에서는 집회 준비를 위한 예비 모임이 있을 예정이었다.       사무실에서 예비 모임을 가지다          집회 준비로 부산스러운 사무실에 들어가니 어머니들이 멀리서 오신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고 계셨다. 저녁 무렵, 선교를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모임을 가지는 동안 느릿느릿 지는 태양을 따라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도 역시 사무실에 가서 집회 준비를 도왔다. 일찍 집회장으로 출발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머니들을 도와 김밥을 싸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믿음 안에 거하는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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