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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 랭리에서 보내온 편지

  이준복 | 캐나다   안녕하세요? 이곳 랭리에 온 지도 벌써 8개월째입니다. 늦가을부터 시작한 7개월여의 긴 우기가 5월이 되면서 다소 기세가 꺾이고는 있으나, 비도 자주 내리고 어제 아침엔 우박이 제법 무섭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많이 길어진 태양의 따스한 봄기운이 랭리 풀숲에, 그리고 콧대 높은 나무들에게 마구 쏟아져 내려 연초록, 초록, 진초록, 벌써 건방진 가을 색을 내는 단풍나무까지 다양한 색깔로 여기저기 넘실대고 있습니다.학교에 다녀오면 저절로 마음이 끌려 풀밭에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 온 후 지금까지 농장 울타리를 따라, 또는 횡으로 모로 거의 날마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운동 삼아 한두 바퀴씩 돌고 있습니다. 제 아내도 함께 벌판에 나가 거친 농장 풀밭에서 발차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농장을 돌다보면 가슴까지 배어나는 들풀 냄새, 흙냄새, 겨울 비바람에 옆집에서 우리 울타리 넘어 꺾여 날아온 시다나무 향내까지 섞인 양질의 산소를 얼마나 몰래 많이 들이마시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뭉게구름과 노을을 훔쳐보고 있는지 모릅니다.그리고 매달 바뀌는 풀들의 색깔과 모양, 코딱지만 한 들꽃들, 3월 말부터 시작하여 4월 한 달 내내 농장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며 피었다가 그 완벽한 도형을 뽐내고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들, 비온 후 몰래 올라왔다가 사그라지는 수줍은 이름 모를 버섯 송이들! 떼 지어 와서 실컷 배를 채우고 엄청난 거름을 싸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구스들, 오리 한 마리 먹어 볼까 하고 넘보다가 사람을 보고는 날쌘 동작으로 도망치던 식사 때를 거른 코요테 한 마리, 작년 겨울 가랑비 내리는 어느 날 오후 울타리를 따라 농장 작은 웅덩이까지 먹이를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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