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희 (문학박사)
이 글을 쓰는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스무 살 후반까지 그곳에서 살았고 아직도 실생활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나도 모르게 가끔씩 툭툭 던지곤 한다. 결혼 후 서울에 올라와 지금껏 교직에 있으면서 서울말에 투항하여 표준 발음을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경상도 억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평소 표준어와 사투리의 발음과 관련한 몇 가지 생각들을 사투리 화자로서의 약간의 편견과 함께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실은 필자의 전공이 언어학 중에서도 말소리를 연구하는 음성학과 음운론인지라, 사투리를 포함하여 우리 말소리에 관한 글을 독자들에게 쉽게 그리고 이론에 터전을 두면서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써 보고 싶었다. 비록 나 자신이 표준 발음 사용자가 아니라도, 표준 발음에서 벗어난 발음들이 방송 매체를 통해 나올 때에는 나도 모르게 틀린 발음에 대한 심판자가 되곤 한다. 또 아이들을 키우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발음하는 것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중언부언하는 말이나 입안에서 오물거리는 말, 횡설수설하는 말에 대해선 분명하게 지적을 해 주고 가르치려고 했다.이런 연습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언어는 기본적으로 본인을 위한 것이기보다 오히려 타인을 위한 측면이 많아서이다. 혼자 하는 말이라면 아무렇게나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글이나 말은 결국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니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우리나라 국어 교육에서 ‘글은 가르치면서 왜 말은 가르치지 않는가?’라는 문제를 가지고, 올바른 말하기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국어 교육은 글을 가르치는 교육이었을 뿐, 말을 가르치는 교육은 등한시해 왔다. 외국어는 단어 하나를 두고도 그 발음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가르치면서, 국어의 발음은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국어 발음에서 장단(長短)도 모르고 고저(高低)도 모르는 제멋대로의 소리를 내는 것을 많이 듣는다. 참으로 걱정이 크다. 엊그제 어느 모임에서 아나운서 출신의 연세 드신 한 분께서 ‘우리나라가 월드컵 축구에서 아프리카 어느 나라와 맞서 싸우며 선전을 했다’는 방송 멘트가 귀에 거슬렸다고 말씀하셨다. ‘선전(宣傳)’과 ‘선:전(善戰)’은 그 의미와 발음이 확연히 다른데도, 방송에서조차 섞어서 쓰고 있는 현실을 한탄하는 지적이셨다. 백번 옳은 말씀이라 공감하면서, 사투리 화자들은 물론이고 표준어 화자라고 장담하는 이들까지 아우르는 올바른 표준어 발음 교육을 주제로 이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표준어 발음언어는 한 나라 안에서 공동체로 생활하는 구성원들간의 약속이다. 즉 분명한 발음은 반듯하게 언어를 구사하고, 정확한 의사를 전달하려는 의지 표현의 시작이다. 따라서 교양인의 발음 수준은 자신의 지적 수준과 정비례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지성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마땅히 글자가 지니고 있는 음가(音價)를 정확히 내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필자 역시 지방 출신인지라 표준어 발음을 해야만 교양인이라는 말에는 약간의 반감이 생긴다. 사실상 표준말에 대한 규정 자체도 일부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표준말의 규정은 ‘한 나라의 표준이 되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함.’(표준어 규정 총칙 제 1항)이라고 되어 있다. 서울이니, 교양 있는 사람들이니 하는 표현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선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그렇지만 어떤 특정 지역의 사투리를 쓰면 비록 그것이 그 사투리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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