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아/제주도
지난해 사월이었던가. 지인에게서 <북대황>이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나는 순순히 그러마하고 책을 받았다. 그리고는 십여 년 전에 한번 읽었던 그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을 무렵, 뜻하지 않은 병을 얻게 된 나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다.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쓰겠다는 말을 남기고 병원으로 간 나는 봄과 여름을 꼬박 병원에서 보냈다. 팔월 중순이 지나서 퇴원을 하였지만 수술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스물여덟 번이나 계속된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서 한동안 눕고 일어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시월 하순으로 접어들자 겨우 입맛을 되찾게 되었고 계속되는 기침과 가쁜 호흡에 시달리면서도 지인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미루었던 독후감을 써보려 하였지만, 생각처럼 쉽게 책을 접할 수 없었고 글을 쓸 수도 없었다. 대신 성경을 읽기로 하고 창세기부터 하루에 몇 장씩 꾸준히 읽어나갔다. 그런데 역대하를 읽을 무렵, 왠지 모를 무력감에 빠지면서 성경조차 읽을 수 없었다. 이후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도 않고 하루 종일 멍하니 TV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겨울을 맞은 나는 때때로 유독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산의 전경을 바라보며 눈 덮인 북대황의 전경을 떠올리곤 하였지만 약속이라는 무게감으로 오히려 머리가 지끈거렸고, 벽 앞에 서 있는 사람처럼 여전히 단 한 줄의 글도 읽을 수 없었고 쓸 수도 없었다.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난 어느 날 아침이었다. 거실로 나온 나는 습관처럼 TV를 켜려다가 왠지 모를 의문에 고개를 돌리고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성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무심코 펼쳐서 읽은 부분이 시편 121편이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내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치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아니하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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