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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 내 죄를 지고 가신 하나님의 어린양

    안종상 | 서울     1979년 12월 어느 날, 서울 종각 지하철역 근처에서 학교 종강 파티가 있었다. 당시는 통행금지가 있던 때라 종강파티 후 밤 11시쯤 되어 서둘러 집으로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인천행 전철표를 사려고 매표소 앞에 선 나는 뇌리를 떠나지 않는 어떤 모습 때문에 표를 사지 못하고 발걸음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급히 지나치면서 눈에 띄었던, 지하철역 입구에 엎드려 있던 거지의 모습이 잊히질 않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 돌아온 나는 지나가는 행인들 때문에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움켜쥔 채 그 거지 근처를 초조하게 서성였다. 내가 그를 돕는 것을 사람들이 보는 것이 싫어서였다. 어려서부터 교회학교에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인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을 때 얼른 내가 가진 돈 전부를(3, 4천 원 정도의 얼마 되지 않은 액수였지만 당시의 나에겐 꽤 큰돈이었다. 어머니에게 매일 5백 원씩 받아서 다니던 때였다.) 그 거지 앞에 던지다시피 하고는 급히 전철표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그날 밤은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었다는 마음에 정말 편안하게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젯밤 나는 분명 거지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한쪽 주머니에는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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