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희 (문학박사, 영어과 교수)
학창 시절 영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마지막 잎새>의 작가 오 헨리(O. Henry)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교과서에 실릴 만큼 잘 알려져 있다. <물방앗간 교회당>이란 제목의 단편 역시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경관과 찬미가> 같은 그의 대표적 작품만큼이나 가슴을 따끈따끈하게 만드는 명작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 헨리의 작품 중에 <물방앗간 교회당>이라는 멋진 단편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 작품은 그가 쓴 다른 단편들에 비해 그 만만치 않은 분량 때문에 교과서에 오르기 힘들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이 작품은 작가가 생전에 가장 사랑하던 작품이며, 오 헨리의 작품 가운데 서정적인 문장과 차분한 감동이 가장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처럼 좋은 책을 만나 가슴에 진동을 느끼고 내 삶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생각하며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겠다 생각하며, 이 작품의 감상문을 적어 본다.
한적한 산골 마을의 선량하고 성실한 물방앗간 주인은 외동딸을 유괴 당하고 실의에 빠져 도시로 나갔지만 아내마저 잃는다. 그러나 결국은 굳게 일어서서 미국 최고의 제분업자가 되어 고향을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그는 옛 물방앗간을 고쳐 마을 교회당으로 바꾸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다. 한편 떠돌이 집시에게 유괴 당했던 딸은 갖은 고생 끝에 훌륭한 처녀로 성장해 백화점에 근무하면서 휴가를 얻어 한적한 산골 마을에 쉬러 온다. 여기서 그녀는 성자처럼 인자로운 물방앗간 주인을 만나게 되고 결국 기적적으로 아버지를 찾게 된다는 내용이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단편에서 묘사되는 배경들 곳곳이 낯설지 않고, 마치 어릴 적 시냇물이 흐르고 동산이 있던, 또한 산과 물이 만나는 곳에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는 둔탁하면서도 정겨운 물레방아를 보고 있는 듯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물 흐르듯 편안히 풀어가는 이 소설 속에 표현이 어렵다거나 부담스러운 단어들이 나왔다면 이런 동화 같은 감정이 생기지 못했으리라. 오 헨리가 이 작품을 쓰던 시대는 1900년대로, 정착되지 않고 불안한 시기의 미국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어휘,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표현과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제 오 헨리라는 작가를 소개하면서 책 속으로 좀 더 들어가려고 한다. 1862년 9월 1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스버러에서 내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오 헨리의 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 ‘오 헨리’라는 필명은 교도소 안에서 처음 글을 발표할 때 간수장이었던 오린 헨리(Orrin Henry)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는 세 살 때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잃고,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 아래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숙모의 손에 성장했다. 열일곱 살이 되자 숙부의 약방에서 일하며 약제사 면허를 얻었으나 이내 고향을 떠나 서부로 가서 카우보이, 점원, 직공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스물다섯 살에 결혼해 아들을 낳
정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전체기사와 사진(동영상)을 보실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