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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 오랜 방황 끝에 얻은 인생의 해답

    김정숙 | 전주     녹음 짙은 수목 위로 가랑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빗물은 어린 나뭇잎, 어른 나뭇잎, 그리고 그 나뭇잎을 지탱해주는 자잘한 나뭇가지들과 큰 몸통을 적시고 땅을 적신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땅속에서는 나무를 지탱하기 위해 더 깊고 튼튼하게 뻗어가는 뿌리의 몸부림이 쉬지 않을게다.   해답을 찾아 헤매던 시절열네 살,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떠오른다. 비만 오면 비포장 시골길은 질척거려져서 앞서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 그 발자국 위로 또 다른 사람의 발자국이 겹쳐지고, 그렇게 얼마 후면 그 발자국은 존재도 없이 사라진다. 아무도 기억함 없이.... 그 길을 걸을 때면 가슴속 깊이 던져지는 질문 하나가 있었다. 도대체 ‘나’라는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하는 이 역사란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 발자국은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에 덮여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시골길 옆에는 더러 작은 공동묘지가 있었다. 그 옆을 지날 때면, ‘도대체 저 모습은 무슨 의미란 말인가? 언젠가 나도 저 무덤 중에 하나가 되어 잊힌 사람으로 지상에 흉터처럼 남고 말 텐데.... 내가 없어져도 세상은 웃고, 울고, 떠들고, 그렇게 시간은 반복될 텐데....’ 하는 생각들이 집요하게 나를 흔들었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잠을 자다가도 문득 비 소리에 잠을 깨면 무섭기도 하고 이런 질문에 해답을 내리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나는 상당히 염세적이고 지극히 감성적인 성격이 되어갔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화가의 기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위로도 해 보았다. 하지만 나뭇잎이 낙엽 되어 스러지는 계절에는, 정상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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