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 | 제주도
이 글은 제주도의 한 수감자가 백석 씨에게 보낸 편지다. 백석 씨는 그에게 복음과 교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꿈 같은 사랑> 및 여러 책을 보내 주었고, 그 책들을 읽은 박태수 씨가 감상을 백석 씨에게 편지로 보내왔다.
일찍 닥친 더위를 보면 올해는 상당히 긴 여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낮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골에, 팔에, 다리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여기에 더해 힘든 상하차를 하루 두어 차례 하다보면 입안에서는 단내가 풀풀 나고 온몸은 땀으로 목욕하다시피 합니다. 다행히 한라산의 등선에서 불어오는 미미한 바람이 15척 옥 담까지 넘어 들어와 피곤에 지친 우리에게 청량제의 역할을 해 줍니다.
유두일(流頭日)도 지났는데 더위가 아직도 성내고 있는 요즘 주 안에서 백석 씨와 가족 모두 평안하고 강건하게 지내셨는지요. 저는 백석 씨가 보내준 귀한 책과 성경을 읽으며 피서(避書) 함으로써 피서(避暑)하고 있습니다.
백석 씨!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들의 생각이 다 같지는 않습니다. 똑같은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흥이나 똑같은 음식을 맛보고 느끼는 감정도 각기 다릅니다. 이처럼 같은 사물이나 같은 형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각기 다른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자기 생각대로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립니다. 모든 일이 자기 생각의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9장을 보면 예수께서 길 가실 때 제자들이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을 보고 물었지요. “예수님,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입니까? 자기입니까, 그 부모입니까?” 제자들은 소경을 ‘누구의 죄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관점으로 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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