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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 엑소더스 7회

레온 유리스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신 것같이 너희 형제에게도 안식을 주시리니 그들도 요단 저편에서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주시는 땅을 얻어 기업을 삼기에 이르거든  너희는 각기 내가 준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신명기 3:20)       1편  요단강을 건너서       29장       기드온 작전의 최종 단계까지는 24시간이 남았다. 아리 벤 카난은 키프로스인 만드리아의 집에 그의 참모들을 소집했다. 다비드는 도브 란도우가 조금 전에 끝낸 이송 명령서를 아리에게 주며 엑소더스의 출항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참석한 참모들은 아리를 보며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드리아는 지시받은 대로 파마구스타의 집에서 대기하겠다고 말했다. 트럭 떼가 통과하면 그는 그 즉시로 키레니아의 마크 파커에게 전화를 걸기로 되어 있었다.     아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항상 침착한 야르코니마저도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아리는 축하한다는 말도, 행운을 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축하의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고, 행운은 제 손으로 만들어야 했다.     “나는 영국군이 사흘 후, 아동 수용소에서 아이들을 이송하기 전까지는 일을 진행하고 싶지 않았소. 그런데 아리스테어 소령이 우리의 동태를 의심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소. 그 자가 서덜랜드 준장을 제쳐 놓고 지시를 받으러 런던까지 갔다는 믿을 만한 근거도 있소. 우리 트럭은 아홉 시에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카라올로스에 도착하오. 열 시까지는 아이들을 태운 트럭이 이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으면 하오. 라나카 도로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두 시간이 결정적인 시간이오. 우리 트럭은 23중대 소속으로 키프로스 전체에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트럭 대열이 정지를 당할 우려는 없소. 그러나 ... 우리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가정 아래서 행동해야 하오. 질문은?”     감상주의자인 다비드는 이 기념할 만한 순간을 지나쳐버릴 수 없었다. “레 샤임.” 다비드는 잔을 번쩍 들었다. “레 샤임.” 다른 사람들도 응했다.     “레 샤임이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그게 무슨 뜻이죠?” 만드리아가 물었다.     “‘삶을 위해서’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유대인들의 큰 희망이지요.” 다비드가 말했다.     “삶을 위해서.” 만드리아는 이 말을 되풀이했다. “그거 멋지군요.”     아리 벤 카난은 만드리아 앞으로 와서 팔마크 식으로 그를 얼싸안았다. “당신은 동지요.” 아리는 말했다. “그러면 나는 마크를 만나러 가겠소.”     만드리아는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그런 식의 우정 표시는 그들끼리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리가 그런 인사를 그에게 했다는 것은 그가 진정한 동지로서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시간 후, 칼렙 무어 대위의 옷차림을 한 아리는 킹 조지 호텔의 테라스에 앉아서 마크를 만나고 있었다. 마크는 무척 초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리는 자리에 앉아 마크가 내주는 담배를 사양하고, 술을 한 잔 주문했다.     “어떻게 됐소?” 마크가 초조하게 물었다.     “이제 내일이오. 아홉 시에 카라올로스로 출발할 거요.”     “영국이 아동 수용소를 정리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하는 편이 좋기는 하지만, 더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 되었소. CID의 어떤 친구 말에 따르면 아리스테어가 무슨 일인가 꾸미고 있다는 거요. 그렇지만 걱정할 것은 없소. 일은 거의 다 끝난 셈이니. 영국군은 아직 자기들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어요. 당신이 맡은 일은 다 알고 있죠?”     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 연장을 신청하는 전문을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 런던 지국의 브래드버리는 “마크”라는 서명을 보면 기드온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알고 1주일 전 마크가 어느 민간 항공사의 비행기 편으로 보낸 기사를 발표할 것이다.     “10시에 전화가 오지 않으면?”     아리는 웃는 얼굴이 되었다. “내가 교수형을 받는 것을 취재할 생각이 없다면 곧장 키프로스를 떠나라고 하겠소.”     “그것을 취재하는 것도 재미있겠군.” 마크는 술잔을 비웠다.     “그건 그렇고.” 아리는 바다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우리가 카렌의 이름을 엑소더스 승선 명단에 올린 후로는 키티가 수용소에 한 번도 오지 않았소.”     “그렇소. 지금도 나와 돔 호텔에 있소.”     “어떻게 지내고 있소?”     “어떻게 지내긴, 보기도 딱하지. 카렌을 엑소더스에 태워 보내고 싶지 않은 거요. 나무랄 수 있겠소?”     “탓하지야 않지만, 안됐군요.”     “고맙군. 당신이 남을 생각하며 안 됐다는 말도 할 줄 알다니.”     “감정을 수습하지 못하는 게 안됐다는 말이오.”     “그렇겠지. 당신은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니까.”     마크는 키티가 키레니아로 돌아와서 카렌이 엑소더스를 타게 되었다고 괴로워하던 일을 생각했다.     “당신이 원하는 건 뭐요? 키티는 한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고통을 당했소.”     “고통?” 아리가 물었다. “키티 프레몬트가 고통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까?”     “뭐라고? 벤 카난, 고통이 유대인만의 독점물이라는 말이오?”     아리는 마크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       노을도 사라지고 밤이 왔다. 깊은 밤이었다. 마크와 키티는 말없이 키티의 방에 앉아있었다.     “밤새 앉아 있어도 별 수 없소.” 마크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무겁게 입을 뗐다.     “가지 말아요.” 키티가 마크의 손을 붙잡았다. “난 이대로 그냥 누워있겠어요.”     키티는 서랍을 열고 수면제를 두어 알 꺼내 먹은 다음 불을 끄고 누웠다. 마크는 창가에 앉아 해안에 잔물결이 밀려드는 것을 내다보았다.     20분이 지났다. 키티는 몸을 뒤틀면서 깊지 못한 잠이 들어 있었다. 마크는 키티를 잠시 내려다보고 섰다가 키티에게 담요를 덮어 주고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카라올로스에서는 도브와 카렌이 흥분한 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도브의 나무 침대에 함께 앉아 있었다. 그들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날이 새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그들뿐이었다.     카렌은 도브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도브는 낮은 소리로 팔레스타인에 가서 할 일들을 쉴 새 없이 지껄였다. 테러단에 들어가서 영국 군인들을 죽이겠다는 이야기였다. 카렌은 그의 입을 막느라 무척 애를 쓰고 나서야 그를 잠자리에 눕힐 수 있었다.     도브가 눈을 감는 것을 보고 일어선 카렌은 자신의 온 몸을 휩쓰는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이상하고 무서운 감정이었다. 그때까지 카렌은 도브가 자기에게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시작은 연민이었지만, 지금은 도브가 카렌의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키티를 찾아 가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키티는 이제 오지 않는다.     “카렌?”     “나 여기 있어, 도브.”     어둠의 시간이 흘러갔다.       HMJFC 23 수송중대에서는 세 명이 뜬눈으로 각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제브 길보아는 근 1년 만에 처음으로 갈릴리의 봄을 생각했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과 농장을 생각했다. 팔마크가 제브를 키프로스에 파견했을 때, 그의 아이는 생후 몇 달밖에 안 된 갓난 아이였다.     요브 야르코니도 농장을 생각했다. 그의 농장은 제브의 것과는 달리 샤론 평야 바로 북쪽에 바다를 끼고 위치해 있었다. 그의 농장은 ‘스도트 얌’ 즉 바다의 농장이라고 불렸고, 그곳에서 나오는 산물은 주로 물고기들이었다. 그의 취미는 몇 시간씩 시저레아의 폐허를 걸으면서 고대의 유물을 파내는 것이었다. 그는 팔마크가 자기를 잠시 그곳으로 보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기를 잡으러 나갈 수도 있고, 동생들과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비드 벤 아미는 그리운 예루살렘을 생각했다. 그는 아리의 여동생 요르다나를 사랑하는 마음 못지않게 예루살렘을 사랑했다. 새 임무를 띠고 새 장소로 가기까지의 시간은 요르다나와 예루살렘을 지켜보며 지내곤 했다. 동생들 여섯이 사는 바위 많은 유다의 산들, 예루살렘은 바로 이 바위들 사이에 솟아난 도시다. 그는 한 쪽 팔을 일으켜 턱을 괴고 아리가 가져다 준 손때가 묻은 편지를 읽었다. 요르다나! 요르다나! 그의 가슴이 거칠게 뛰었다. 사랑하는 요르다나!     세 사람은 팔레스타인에 돌아가도 잠시 동안만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다시 세계의 어느 곳으로 파견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밤, 세 사람은 똑같이 고향을 생각했다.     브루스 서덜랜드 준장은 또 괴로운 꿈을 꾸었다. 그는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가 심야의 파마구스타 거리를 혼자 걸었다. 그는 파마구스타의 옛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수백 개의 교회와 사원들이 있는 옛 도시를 바라보았다. 몹시 피곤했다. 그는 편안히 잘 수 있는 밤이 다시 있을까, 생각했다.     아리스테어 소령은 책상에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그는 늦게까지 보고서들을 뒤지면서 카라올로스의 유대인들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했다.     만드리아는 모사드와 팔마크 사람들이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진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모사드의 과감한 행동은 그리스계 키프로스 사람들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만드리아처럼 유대인들과 행동을 같이 한 사람들은 영국의 키프로스 통치에 반기를 들고 지하 운동을 전개하는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한 사람만이 코를 골고 잤다. 아리 벤 카난은 배불리 젖을 먹고 아무 근심도 없이 잠든 갓난아기처럼 잠을 잤다.       마크 파커의 얼굴에 아침 햇살 한 줄기가 떨어졌다. 창문턱에 발을 올린 채 잠이 들어버렸던 것이다.       아홉시 20분 전. 갈렙 무어 대위의 옷차림을 한 아리는 23 수송중대의 선두 지프차에 올라앉았다. 각 트럭은 영국군 군복을 입은 팔마크 대원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중대를 떠난 일행은 9시 정각에 카라올로스의 철조망 밖에 있는 관리소 건물 앞에 섰다. 아리는 안으로 들어가 관리 장교의 방문을 두드렸다. 지난 3주 동안 사귀어 놓은 사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아리가 인사했다.     “오, 무어 대위. 별 일 없소? 어떻게 여기까지 왔소?”     “본부에서 특별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예정보다 빨리 라나카 수용소를 준비한 모양입니다. 오늘 안으로 아이들 일부를 이동시키라는 명령입니다.” 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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