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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청산에 살어리랏다

  김삼호 | 안성     평소 마음 한 구석에 문명에 대한 회의를 품고 한번쯤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나는, 10월 첫 주 어느 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닿아 문명으로부터 격리된 경북 고원의 한 농장을 일손도 도와줄 겸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청산 하늘지기 농장’이라는 예쁜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산자락을 휘감고 굽이굽이 도는 하천길이며, 모롱이마다 나타나는 기암괴석들, 강바닥으로 쏟아지는 불뚝이는 산뿌리들을 기운찬 바위 병풍들이 막고 앉은 풍광들은 수려하기 그지없었다.     아름다운 산수 사이로 빠알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넓은 길이 좀 나타나는가 싶으면 사과밭 사이로 중앙선도 없는 좁은 길들이 나타난다.   마주 오는 차량이라도 있어 가까스로 길섶으로 비켜갈 양이면 자동차 머리에 안쓰러운 과일들이 박치기를 하는 바람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수밖에 없다. 다 왔나 보다 여긴가 보다 속기를 몇 차례, 산굽이를 몇 번이나 더 돌아서서야 ‘청산 하늘지기 농장’이라는 명판을 볼 수 있었다. 몇 호 안 되는 산촌마을 허술한 마을 안 길을 비집고 들어서면 하늘을 보고 올라가는 수도승의 고행 길 같은 현대판 천로역정의 길이 시작된다. ‘밀리면 죽는다’ 배수진을 친 결사대가 아니더라도 필사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외길 험로가 꼬불꼬불 아스라하다.   쑥부쟁이, 구절초, 감국, 산국, 가을꽃들이 만연한 청초한 길을 따라 칡덩굴이 제 먼저 올라가고 불청객 환삼덩굴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끈덕지게 따라 붙는다. 방귀 소리를 내던 자동차가 숨을 고르고 앞발을 수평으로 내딛는가 싶자마자 널따란 분지가 한눈 가득히 들어온다.    여기서부터가 별천지 청산 하늘지기 농장의 세계란다. 손이 없어 부치지 못해 잡초가 들어앉은 논둑 방천에 하얀 억새가 하늘 꽃만 같다. 차라리 이곳이 다 억새밭이었으면 싶다. 억새는 곱기도 하려니와 겨울 소먹이로도 그만이라 하지 않던가. 억새 논둑을 보듬고 관리사 앞으로 넓은 오미자 밭이 울타리처럼 정갈하다. 울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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