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 인천
청소년 시절을 지배한 수많은 의문들나는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이라는 천안(天安)에서 6형제 중 5번째로 태어났다. 남자 형제만 여섯이라 어렸을 적 밥 먹을 때면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 경쟁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인지 형들의 위세 속에서 나는 조금 내성적인 성격에 그리 튼튼하지 못한 체력으로 마른 체질이었다. 청소년기에는 집에서만 지낼 정도로 차분했고, 사색과 산책하기를 즐기고, 음악을 감상하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부모님이 실향민이시라 일가친척이 없어 방학이 되어도 친척집에 가 보지도 못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몸은 주로 집에 있었지만 마음에는 무언가 욕구불만과 호기심이 많아서 늦은 밤이면 홀로 책상에 앉아 창밖의 달을 쳐다보며 시를 쓰고 인생의 고민들을 일기장에 계속 써 내려갔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죽으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만약 이 지구가 없다면, 즉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는 어떠할까? 나도 앞으로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늙어서 노인이 될까? 별별 망상과 생각들이 항상 떠나지 않았고 밖에 나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인생을 조금 더 조망, 조우하고 싶어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고민아였다. 남들처럼 그저 편하게 마음대로 행동하고 마음껏 즐기고 싶기도 한데 나는 왜 이렇게 소심하고 세상 걱정을 혼자 다 끌어안듯이 고민하고 있는지, 모든 것이 문제투성이었고 궁금하기만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가는 것은 좋아해서 그때가 용감하게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때였다. 그리고 청소년기에는 로마 시대의 전쟁 영화와 성서 영화(십계, 천지창조, 소돔과 고모라, 벤허 등),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 영화 등을 특히 좋아했다. 영화를 보면서 ‘저 시대에 태어났으면 얼마나 불행했을까?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이 참 다행이구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내가 지금처럼 편안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궁금한 것이 참 많았다. 예를 들어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신 조물주신가? 바다가 갈라지는 웅장한 장면은 정말 사실일까? 유대인들은 왜 자신들의 왕이며 구세주인 예수를 미워하여 죽였을까? 유대 종교를 왜 동양인인 우리까지 믿어야 하는가? 하나님이 계시다면 자기가 택한 민족인 유대인을 히틀러가 600만 명씩이나 학살하도록 내버려 두셨을까? 그런데도 유대인들은 왜 지금까지 하나님을 계속 믿으며 예루살렘의 무너진 성전에서 메시야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까? 등등 영화를 보면 볼수록 궁금한 내용이 너무 많았다. 신나는 전투 장면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지만 아리송한 부분에 대해서는 역사책을 보아도 이해할 수 없었고 누구에게서도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옆집에 골수 예수쟁이 집안이 있어서 찬송가와 통곡하는 기도를 지겨울 정도로 들었었다.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 후 며칠 후~”, 이 노래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어째서 예수쟁이들은 날마다 죽어서 천당에 가는 것만 이야기하고 노래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후세계만 기다리면서, 지금 이 세상을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나와는 조금 맞지 않았다. 그리고 교회에 다닌다는 사람들은 못살고 구질하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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