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의 생애와 일기>를 읽고
한선희 | 서울
프롤로그얼마 전, 그리스도인으로서 일기나 글을 자주 쓰는 것이 신앙생활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는 어느 분의 설교에 공감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예전에 비해 글쓰기가 무척이나 나태해진 지금, 짬짬이 기록한 오래된 글들을 꺼내 읽어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만약 그때 기록하지 않았다면 오래 전에 잊혀 버렸을 일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일기를 두고 독후감을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번 경우처럼 이미 생을 마감한 사람의 일기를 읽을 때의 느낌은 사뭇 독특하다. 현재라는 시간에 갇혀 있는 일기의 저자가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를 알지 못한 채 무심히 써내려간 일기를, 시간을 뛰어넘어 그의 생의 마지막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가 담담히 읽어 내려간다. 이제 독자는 저자의 시간과 다른 시간 속에서 저자와 함께 호흡하며 그의 생의 마지막을 알기에 갈수록 조금씩 더 조급해지는 마음으로 일기를 읽어 내려간다.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의 생애와 일기’, 복음 전도에 죽도록 헌신한 한 거듭난 그리스도인의 삶을 펼쳐 준 이 책은 기독교 서적의 고전으로 일컬어진다. 처음 이 책을 소개 받았을 때, 학기말의 바쁜 일정 속에서 작은 활자가 빼곡히 들어찬 적지 않은 양의 책을 읽어내는 일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근현대의 많은 선교사들의 열정에 불을 붙인 브레이너드의 생애가 담긴 생생한 증언들을 대하면서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결국은 주말 오후에 책을 읽기 시작하여 잠도 잊은 채 단숨에 끝까지 읽은 나에게는 그 순간이 복음 선교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벅찬 순간이 되었다.
책을 놓고 크게 한번 숨을 내쉰다. 18세기 미국 인디언들에게 복음을 전한 어느 젊은 선교사의 일기장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연신 내 마음을 방망이질 하는 음성이 있어 내 의식은 더욱 또렷해진다. 그러면서도 이 귀한 형제의 간증을 내 짧은 언어로 표현해 내지 못할 것 같은 염려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죽기 직전까지 복음 전하는 일에 자신의 건강을 깎아 바쳤던 그의 생애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일기를 읽는 내내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계 2:10) 는 말씀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죽도록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 때문이었다. 이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참으로 행복한 그리스도인인 그의 일기와 함께 여행해 보자. 그리하여 우리의 영혼을 하나님 앞에 정화해 보자.
데이비드 브레이너드(1718-1747)는 18세기에 북아메리카 인디언 선교에 생애를 바친 미국 식민지 시대의 한 선교사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유명한 설교자처럼 많은 설교집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스물아홉이라는 짧은 생애에서 그가 남긴 것은 일기장밖에 없었다. 그를 사랑하고 사위로 삼았던 조나단 에드워드가 그의 일기를 편집한 것이 유일한 그의 유품이었다. 이 일기는 그가 죽은 후 영국과 미국의 복음주의 계통에서 널리 읽히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선교의 불을 붙였고 많은 복음 선교사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1740년대에 미국을 휩쓴 대각성 운동의 주도자인 조지 휫필드와 조나단 에드워드에게 깊은 감동을 끼쳤다. 존 웨슬리 역시 이 일기로 마음에 큰 전환점을 맞이했으며 ‘모든 설교자는 브레이너드의 일기를 세밀히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윌리엄 케리, 헨리 마틴, 짐 엘리엇 선교사의 마음을 움직여서 복음 사역에 종사하도록 하였다.
그의 선교 활동은 불과 3~4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이 많은 복음 전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그가 전한 복음의 핵심 때문이다. 죄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 그것은 3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없는 복음이다. 특히 그의 임종을 한두 해 앞둔 그의 선교 후기에 일어난 놀라운 선교 역사를 읽노라면 가슴이 벅찰 정도의 감동이 일어난다. 그런가하면 무지한 인디언들을 회심시키는 과정에서 하나님 앞에서 좌절과 슬픔과 영혼의 아픔을 겪는 전도자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제 하나님이 이끄신 그의 일생을 그가 남긴 일기와 함께 더듬어보자.
성장 배경과 구원의 체험 데이비드 브레이너드는 1718년 미국 코네티컷주의 어느 칼빈주의적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열네 살에 어머니까지 잃게 되어 우울한 소년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청교도들이 자리 잡은 미국 동부의 뉴잉글랜드 지방에서는 1740년부터 대각성 운동이 일었는데, 이 기간 중 성년이 된 그는 개인적 구원에 관한 깊은 고민에 빠진다.
“내가 지은 죄와 더러운 행실이 온종일 나를 괴롭혔다. 줄곧 엄습하고 있는 하나님의 진노를 느꼈다. 낙심천만이었다.” (p.21) 그는 자기가 저주받은 사람들 가운데 있다고 확신하면서 1년 이상을 기도와 금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매일 하나님께 자비를 구하며, 하나님이 자신의 눈을 열어 죄악과 예수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시기를 기도했다.
브레이너드가 하나님을 향해 내면에 품었던 의문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그는 하나님의 율법의 엄중함이 부당하다고 여겼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도 그 요구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었다. 둘째, 그는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에 이른다는 사실에 울화가 치밀었다. 자신의 노력이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셋째, 그는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믿으라는 요구만 있지 그리스도와 자신 사이에 놓인 심연을 메울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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