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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 금 면류관 쓰고 늘 찬송할 말

김남희     어린 시절의 추억 - “저 들 밖에 한밤중에”     언젠가 나는 ‘가장 많은 감동을 받은 곡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유럽에서 서양음악을 공부했고,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적, 문화적인 경험을 많이 했다. 그 시절 나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던 곡들도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그 언젠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찬송가를 꼽고 싶다.     몇 살 때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직 유치원에도 들어가기 전이었던 때로 기억한다. 당시에 나는 어머니의 등에 업혀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그 때 교회 벨소리는 지금처럼 기계음이 아니라 ‘뎅 뎅’하며 울리던 청아한 종소리였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12월 25일 새벽이었던 것 같다. 집 안에 가만히 누워있자니까 대문 밖에서 맑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양 틈에 자던 목자들 천사들이 전하여 준 주 나신 소식 들었네노엘 노엘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찬송가 123장)     어둠 속에서 참으로 아름답게 들려온 노랫소리였다.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큰 감동을 받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음악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자리에서 뛰쳐나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어머니의 만류에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노래를 부른 사람들의 음악성 같은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받은 감동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내게 최고의 감동을 준 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들었던 그 찬송으로 내 일생의 노래가 결론지어진 것도 같다.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그 때 들었던 그 찬송가가 나의 모든 것을 근본적인 것으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지금도 가끔씩 청장년 시절에 공부하며 불렀던 클래식 음악에만 마음을 쏟았다면 내 일생이 얼마나 불행했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기적 같은 경험 - “맘이 어두웠으니 밝게 하여 주소서”     1984년 8월, 나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로 음악 공부를 하러 떠났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단조로웠다. 학교에서 수업하고 성악 연습을 하고 집에 오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바쁘지 않은 일상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내 자신이 죄가 많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를 믿는다 하면서 열심히 기도하고 교회도 다니는데, 나는 왜 그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지 않을까, 나는 왜 이렇게 죄가 많을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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