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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 엑소더스 3회

레온 유리스
레온 유리스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신 것같이 너희 형제에게도 안식을 주시리니 그들도 요단 저편에서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주시는 땅을 얻어 기업을 삼기에 이르거든  너희는 각기 내가 준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신명기 3:20)     1편  요단강을 건너서     8장     깊은 밤이었다. 브루스 서덜랜드는 고통 속에 겨우 잠이 들었다. 키프로스인 만드리아는 안절부절 못하고 뒤척이며 들뜬 잠을 잤다. 임무를 완수한 마크 파커는 편안한 잠을 잤다. 키티는 지난 몇 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달콤한 잠을 잤다. 다비드 벤 아미는 요르다나의 편지를 외울 만큼 여러 번 읽고 난 뒤에 잠들었다.     그러나 한 사람 아리 벤 카난은 자지 못했다, 아니 자지 않았다. 그도 언젠가는 맘껏 잘 수 있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배워야 할 것은 너무 많은 반면에 배울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그는 밤새도록 지도와 문서들을 보면서 키프로스 현지의 모든 상황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려고 애썼다.     날이 밝아올 즈음에야 아리는 책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 아침을 먹은 후, 다비드와 함께 카라올로스에 있는 수용소로 가기 위해 만드리아가 준비해 놓은 택시에 올랐다.     수용소는 파마구스타와 살라미스의 폐허 사이에 있는 길에 뻗어 있었다. 키프로스 남쪽의 고대 도시 살라미스는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때 트로이 전쟁에서 귀환한 용사 테우케르가 지은 도시였다. 이 도시는 지진으로 무너지고 다시 재건되었으나 회교도의 검 아래 무너진 후로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지금 이 폐허에는 쓰레기장이 있을 뿐이었다.     영국 군인들은 이 쓰레기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연히 경비도 소홀했다. 난민들과 키프로스 사람들은 그 점을 이용해 쓰레기장을 수용소 안에서 만들어진 가죽 제품과 공예품을 빵과 옷으로 바꾸는 교역 장소로 사용했다.     다비드와 아리는 이른 아침부터 그리스인들과 유대인들 사이에 교역이 이루어지는 쓰레기장을 지나 수용소의 첫 건물로 들어갔다. 아리는 수마일 이어진 철조망을 바라보았다.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손에 땀이 났다. 11월이었지만 날리는 먼지의 끊임없는 소용돌이 속에 숨이 막히도록 더운 날씨였다.     각각의 수용소는 사람 키 두 배정도 되는 높은 철조망에 의해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 있었다. 모퉁이마다 기관총을 어깨에 멘 영국군 경비원들이 배치된 서치라이트 탑이 있었다. 수용소의 내부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비참했고 분노에 찬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텐트의 안감을 찢어 거칠게 바느질한 자줏빛의 짧은 바지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리는 의심, 증오, 좌절로 가득 찬 얼굴들을 찬찬히 보았다. 그는 수용소 안을 돌아보는 동안 내내 침묵했다. 그의 눈은 300명의 사람들을 탈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열쇠를 찾기 위해 수마일 되는 철조망과 주변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두어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다비드가 물었다.     “가능해 보이는가?”     “어려운 일은 있을지 몰라도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네”     “팔마크의 본부는 아동 수용소에 있네.”     팔마크는 팔레스타인에 있는 유대인의 비밀 군대이다. 아리와 수십 명의 팔마크 군인들은 유대 난민들의 수용소로 몰래 들어와서 영국의 허가 없이 학교, 병원, 회당을 세우고 공중 위생시설을 건설하고 경공업을 일으켰다. 팔레스타인에서 키프로스로 돌아온 난민들은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유대인 군대의 젊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에게 희망과 사기를 고취시켜줬다. 다비드 벤 아미와 다른 팔마크 군인들은 난민중 수천 명의 남녀에게 라이플총처럼 생긴 막대기와 수류탄처럼 생긴 돌로 군사훈련을 시켰다. 비록 다비드는 스물두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키프로스 섬에서 팔마크를 지휘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용소 안에 있다는 낌새를 챘더라도 영국인들은 이에 대해서 침묵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경비는 밖으로부터 있는 위험에 대한 것이었고, 그들은 증오로 가득찬 수용소 안에는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리!”     두 사람이 아동 수용소에 막 도착했을 때 누군가 반갑게 불렀다. 야르코니였다. 그는 모로코계 유대인으로 아리와 여러 번 생사를 같이 한, 모사드 알리야 벳의 우수한 공작원이다. 사실 카라올로스 수용소에서 가장 중요한 데가 이곳 아동 수용소이기 때문에 다비드는 가장 믿을 만한 야르코니에게 책임을 맡겼다.     반가움의 표시도 잠깐, 곧바로 세 사람은 수용소 주변을 샅샅이 돌아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전쟁기간 동안 생긴 고아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철장 밖의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동 구역에는 다른 수용소들과는 달리 학교, 식당, 병원 등과 함께 큰 운동장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은 다른 지역의 무기력한 모습과는 달리 꽤 활기가 있었다. 간호사들, 의사들, 교사들, 그리고 미국에 사는 유대인들의 지원을 받아서 온 외부 복지사들이 수용소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동 수용소는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장 경비가 소홀했다. 그것은 팔마크의 본부를 이곳에 두는 까닭이기도 하다. 밤이 되면 운동장은 군사훈련 기지로, 교실은 평범한 학교에서 아랍 심리학, 팔레스타인 지리학, 전술학, 무기 식별법 등 전쟁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교육하는 곳으로 변했다.       아리는 학교 건물을 끝으로 아동 수용소의 조사를 마쳤다. 교실 중의 하나는 실제로 팔마크 본부로 할애되고 있었다. 교사 책상 안에는 비밀 라디오와 수신기가 있고 바닥 밑에는 군사 훈련을 위한 무기들이 숨겨져 있었다. 이 방에서 서류와 증명서가 위조되었다.     아리는 위조 작업에 쓰이는 설비들을 보고 고개를 내저었다.     “위조 작업이 너무 서투른 것 같군. 야르코니, 일을 너무 대충하는 것 아닌가?”     야르코니는 그저 어깨만 으쓱거렸다.     “다음 몇 주 동안은” 아리가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전문가 한 사람이 필요하네. 다비드, 자네가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했었지?”     “도브 란도우라는 폴란드계 소년이 있어. 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 도무지 말이 먹히지 않아.”     “내가 직접 만나보겠네.”     아리는 도브가 있는 텐트로 들어가면서 두 사람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도브는 아리의 갑작스런 출현에 긴장했다. 아리는 그의 눈이 증오로 가득 찼다는 것을 알아챘다.     “네가 도브지?”     아리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는 17살이고 폴란드 사람이야. 수용소에서 자랐고 모조와 위조 그리고 복제의 전문가지. 내 이름은 아리 벤 카난이고 모사드 알리야 벳에서 온 팔레스타인 사람이야.”     소년은 침을 바닥에 뱉었다.     “이봐, 도브. 나는 너에게 애원하지도 않을 거고 너를 위협하지도 않을 거야. 난 순전히 사업상 제안을 한 가지 하려고 온 거야.”     도브는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나도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벤 카난씨. 당신네들은 독일이나 영국보다 강력하지 못해. 당신이 우리를 당신네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랍으로부터 당신네 목을 지키려 하는 것일 뿐이야. 말해두지만 나는 곧장 팔레스타인으로 갈 거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단체에 가입할거요!”     아리는 소년이 내뿜는 독설을 듣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좋았어.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했군. 너는 팔레스타인에서 너를 필요로 하는 나의 동기를 싫어하고 나는 팔레스타인으로 가고자 하는 너의 동기를 싫어하지. 우리는 한 가지 일에는 의견이 일치했어. 네 마음은 여기에 없고 팔레스타인에 있다는 거지.”     소년의 눈은 의혹으로 가늘어졌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르군.’     “한 걸음 더 나가서 생각해보지.”     아리가 말했다.     “여기에 가만히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는 한 너는 팔레스타인에는 갈 수 없어. 네가 날 도와주면 나도 너를 도와주지. 네가 팔레스타인에 가서 무슨 일을 하든 그건 네 자유야.”     도브는 놀라움에 눈을 깜박거렸다.     “나는 위조된 서류가 필요해. 다음 몇 주간 위조 서류가 많이 필요한데 여기에 있는 애들은 자기 이름조차도 위조할 줄 모르니 나는 네가 우리와 함께 일해 줬으면 해.”     아리의 빠르고 단도직입적인 설득에 의해 소년의 경계는 풀렸다.     “생각해보지요.”     “생각해 봐. 생각할 시간이 30초 있어.”     “만약 제가 거절하면 어쩌실 건가요? 때려서라도 나에게 일을 시키실 건가요?”     “도브, 나는 우리가 서로 필요하다고 말했네. 내가 분명히 말하겠네. 만약 네가 이것을 따르지 않는다면 나는 네가 카라올로스 수용소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되도록 몸소 배려해 주지. 3만 5천 명의 사람들이 자네보다 먼저 나가는 동안에 너는 너무 늙고 허약해져서 네가 팔레스타인에 갔을 때는 폭탄 하나도 들 수 없게 되겠지. 30초가 지났군.”     “당신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지요?”     “믿을 수 있다고 내가 말했으니까.”     희미한 미소가 소년의 얼굴에 스쳐갔다. 그리고 그는 일을 하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다비드나 야르코니에게 지시를 받으면 될 거야. 나는 네가 말썽을 피우지 않길 바래. 만약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곧바로 나에게 말해. 그리고 팔마크 본부에 있는 위조 작업 설비를 보고 어떤 특수한 장비가 더 필요한지 다비드에게 알려주면 될 거야.”     아리는 텐트에서 걸어 나갔다.     “다비드, 도브가 위조에 필요한 장비 중 어떤 것이 더 있어야 하는 지 살펴 보고 자네에게 연락할 걸세.”     다비드와 야르코니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떻게 해냈나?”     “아동 심리학! 나는 파마구스타로 돌아갈 걸세. 오늘 밤 그곳 만드리아의 집에서 자네 둘을 보고 싶네. 제브 길보아도 데리고 오게.”     다비드와 야르코니는 그들의 친구, 비범한 아리 벤 카난이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쓰레기장 쪽으로 가는 것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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