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순이의 신앙일지이승은 | 서울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경찰 이승은 인사드립니다.
요즘은 ‘경찰’이라는 딱딱한 한자어 대신에 포돌이, 포순이라는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로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고 있지요. 그리고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다모’라는 사극 드라마 덕분에 역사책 구석에서 조용히 차만 끓이던 조선 시대 포순이 선배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요. 사실 ‘다모’는 한자로는 ‘茶母’라고 쓰고, ‘식모(食母)’, ‘침모(針母)’와 더불어 관가나 사대부 집에서 주로 차심부름을 하던 천민 신분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들 중 몇몇이 포도청으로 특채되어 규방 사건의 수사, 염탐과 탐문을 통한 정보 수집, 여성 피의자 수색의 수사 권한을 가졌고 궁궐에서 일했던 다모는 역모 사건의 해결에 일조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여자 경찰의 시초가 ‘차 엄마’였다니요! 그래서일까요? 매일 저에게 ‘커피 한 잔만-’, ‘녹차 한 잔만-’ 하고 찾아오는 포돌이들이 아직도 참 많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이제부터, 2004년 6월부터 경찰 일을 하면서 겪은 수많은 사건들을 여러분에게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속에 빛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어둠의 모습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간혹 여러분께서 믿을 수 없을 만한 일화들이 다루어질 수도 있지만 제가 직접 목격한 사건들이기 때문에 모두 실화임을 미리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서 2004년 7월, 어느 여름 밤. 포순이 이 순경이 경찰로 소위 ‘방망이질’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되었던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저는 이동치안센터에 파견근무를 나가 있었습니다. 이동치안센터란 치안 수요가 많은 도시 지역 중 특히 경찰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주택가, 아파트 단지, 공원, 유흥가, 역사 등에 사무실로 개조한 ‘버스파출소’를 세워 놓고 순찰을 하다가 범죄를 발견하면 즉시 현장에서 사건 처리를 하는 근무 체제를 말합니다.
그날 밤 저는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고수부지 무료주차장을 도보순찰 중이었습니다. 원래는 2인 1조로 순찰을 하지만 고수부지가 워낙 넓어서 4인 1조로 다니고 있었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니 어느덧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서로 이야기보따리를 푸느라 순찰은 뒷전이었답니다. 저는 밝은 가로등 아래를 형식적으로 순찰하는 것이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꾸 다리 밑 으슥한 곳으로만 시선이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행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고는 혼자 떨어져 나와 가로등 불빛이 미치지 않는 어두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라도 생기면 무전으로 침착하게 지원을 요청하리라 마음먹고 무전기 쥔 손에 힘을 꽉 주었습니다. 다리의 저쪽 끝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상한 기계음이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시동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기계음이 들렸다 말았다 하는 것이 무언가 수상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일행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있어 일행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슬슬 긴장이 되어 심장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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