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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사망의 어둠의 길을 헤매다 얻은 평안

조흥숙 | 의정부     10대 시절부터 나는 내가 가지고 태어난 환경적인 조건에 열등감이 컸다.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집이 가난해 형제들도 많이 배우지 못했고 각자 먹고 사느라 바빠 소통할 사람도 없었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때에 술 때문에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많은 고생을 하셨다. 나는 공부는 곧잘 하는 편이어서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반장을 하게 되었는데, 담임선생님은 엄마가 학교에 한 번도 오지 않고 공납금도 제때 내지 못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다. 그 일로 나는 상처를 많이 받았고 성적도 자꾸만 떨어지면서 몸도 안 좋아져 나중에는 오른쪽 팔로는 글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삶이라는 것이 씁쓸해지기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왜 인간은 스스로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때에 생명을 받아서 이렇게 씁쓸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과연 내 미래에 비전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하는 생각들만 계속해서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라즈니쉬라든지 마하리쉬, 바가바드기타, 법정 스님 같은 분들이 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TV에서 어떤 아가씨가 참선 수행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래, 저거다. 책에서 보면 지극한 평화의 경지, 어떤 상황이나 조건, 한계에서도 흔들림 없는 마음의 절대 경지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이 생에서 찾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그 마음을 품고 직장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사귀던 남자친구에게도 내 생각을 빨리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 생각들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갔다.     그러는 과정에서 안국동에 있는 어느 절을 우연히 알게 되어 3개월 동안 매일, 그곳에서 반나절 동안 참선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한 모임에 참석하면서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오신 어느 분을 알게 되었다. 서로 만남이 있던 중에 그분의 후배가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미얀마에서 위파사나(觀) 수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미얀마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분께 내 생각을 말했더니, 지금 4월은 미얀마 날씨가 너무 덥고 나와 같은 초보의 상태로는 갈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나를 말렸다. 하지만 나는 어떤 고생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재차 졸라댔고 그분도 그 정도 마음이라면 가야 될 인연인 것 같다며 나에게 가는 길을 알려주셨다. 나는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고 어머니께는 직장 일로 외국에 나가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짐을 싸서 미얀마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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