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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 엑소더스 1회

레온 유리스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신 것같이 너희 형제에게도 안식을 주시리니 그들도 요단 저편에서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주시는 땅을 얻어 기업을 삼기에 이르거든  너희는 각기 내가 준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신명기 3:20)     1편  요단강을 건너서       1장       1946년 11월     키프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비행기는 큰 소리를 내며 활주로로 내려와서 ‘키프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쓰인 큰 표지판 앞에 멈췄다. 마크 파커는 창 밖을 보았다. 저 멀리 북해안 산맥에 솟아오른, 기괴한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시간쯤 후면 그는 차로 키레니아를 통과하게 될 것이다. 그는 옷매무새를 바르게 했다.         “키프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키프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디서 이 문구를 봤더라....’ 복도를 걷는 동안 내내 이 말이 그의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신고할 물건이 있습니까?” 세관원이 물었다.        “헤로인 두 파운드와 도색잡지 몇 권이 있습니다.”        마크는 눈으로 키티를 찾으며 대답했다.        마크가 통과할 때, 세관원은 미국인들은 모두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며 픽 웃었다. 여행국 직원이 그에게 다가왔다.        “마크 파커씨입니까?”        “예, 그런데요.”        “키티 프레몬트 부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급한 일이 생겨 마중 나올 수 없게 되었다면서 바로 키레니아에 있는 돔 호텔로 와달라고 하더군요. 방도 예약해 놓았답니다.”        “고마워요. 키레니아로 가는 택시는 어디서 탈 수 있죠?”        “제가 차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마 몇 분 걸릴 겁니다.”        “그리고 이 주변에서 뭘 좀 마실 수 있을까요?”        “홀 바로 아래 커피를 파는 곳이 있습니다.”        마크는 카운터에 기대서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블랙커피를 조금씩 마셨다. “키프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키프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뭐였더라..., 그는 도무지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여보시오!”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비행기에 있을 때부터 어디서 본 사람이라고 생각했소. 마크 파커씨 맞죠? 아마 댁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어디서 봤을까. 마크는 생각했다. 로마, 파리, 런던, 조의 술집? 전쟁, 혁명, 폭동 - 어떤 것을 취재하던 때였지? 그 남자는 마크에게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서서 요란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티니를 주문했는데 비터즈가 없다는 말을 들은 그 사람이요. 이제 나를 기억하겠소?”        마크는 한숨을 쉬며 커피를 조금씩 마셨다.        “선생님은 이런 소리를 자주 듣겠지만, 난 정말로 선생님이 쓴 칼럼을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키프로스에는 뭘 하려고 오셨소?”        남자는 윙크를 했다.        “분명히 쉬쉬하는 일이겠죠? 우리 같이 마시러 가지 않겠소? 나는 니코시아에 있는 펠리스에서 머무르고 있소.”        그는 자기 명함을 마크의 손에 쥐어 주었다.        “제가 여기선 연줄이 좀 있죠.”        그는 다시 한 번 윙크했다.        “마크씨, 차가 준비됐습니다.”        마크는 카운터에 컵을 내려놓았다.        “다시 보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마크는 서둘러서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그는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택시가 공항을 출발했다. 마크는 등을 기대고 앉아 눈을 지그시 감았다. 키티가 만나러 나오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고 기억할 것과 말할 것이 너무 많았다. 키티를 다시 보게 된다는 생각에 흥분되었다. 키티, 아름다운, 아름다운 키티. 택시가 공항의 출구를 지날 무렵에 마크는 이미 생각에 푹 빠져들어 있었다.          키티 프레몬트는 ‘이웃 소녀’였다. 땋아 늘어뜨린 머리에 주근깨가 있는 남자 같은 여자애. 어느 날 치아에 씌운 교정철사 대신, 입술에는 립스틱이 발라졌고, 스웨터 속의 가슴은 봉긋 나오게 되었고  미운 오리새끼는 한마리 우아한 백조로 변한 것이다. 마크는 혼자서 미소 지었다.          그리고 톰 프레몬트. 100미터를 10초에 달리고, 30피트 밖에서 농구 골대에 공을 넣을 수 있으며 눈을 가리고 A형 포드를 몰 수 있었던 짧은 머리의 친구. 톰 프레몬트는 마크의 기억 속에 가장 친한 친구였다. 톰과 키티 … 사과 파이와 아이스크림… 핫도그와 겨자소스처럼 잘 어울렸다. 그래, 톰과 키티는 서로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짝이었어.        키티는 언제나 조용하고 생각이 깊고 인정이 많은 소녀였다. 그녀의 눈에는 애수가 묻어 있었다. 아마도 그 애수를 발견한 것은 마크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그녀를 즐거움 그 자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크는 키티에게는 남모를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씩 마크는 그녀가 왜 그렇게 매력적인지 궁금했다. 아마도 그녀는 그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키티는 언제나 톰의 소녀였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톰을 시기하는 것뿐이었다.        톰과 마크는 주립대학교 시절 룸메이트였다. 첫 해에 키티와 떨어지게된 톰은 정말로 가련했다. 마크는 톰의 애처로운 넋두리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어야 했던 신입생 때의 시간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4학년이 됐을때 톰은 키티를 완전히 잊은 듯 했다. 톰은 주립대학교 농구팀 주장에 어울리는 가장 멋진 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 때 마크는 톰의 빛에 가려졌고 대학 역사상 최악의 교내 신문사 기자라고 불렸다.          키티가 주립대학교에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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