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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 식사 시간 와인 한 잔의 여유?

폴린 헌팅턴 | EMG 편집 책임인       “손님, 와인 메뉴 가져다 드릴까요?”       며칠 전 제가 맨해튼의 어느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를 찾았을 때, 그곳 웨이터가 한 이 질문이 제가 아닌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에게 한 것임을 알고 저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배웠던 ‘식사 시 와인 예절’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특별한 가족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간간히 스페인산 소테른 화이트 와인을 반 병이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온 가족이 나누어 마시던 정도의 기억이 전부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새로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레드 와인은 소고기나 양고기같이 살이 붉은 고기에 어울리고, 화이트 와인은 닭고기나 칠면조 같이 살이 하얀 고기나 생선에 어울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돼지고기의 경우 과연 붉은 고기에 속하는지, 하얀 고기에 속하는지 그 구분 자체가 제게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메뉴를 보고 와인을 선택하는 일은 으레 남성 일행 중 누군가가 맡았었기 때문에, 맨해튼에 머물던 그 날까지도 저는 와인 메뉴판을 손에 잡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랬던 저였기에 마치 막다른 구석에 몰린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단 저뿐 아니라 같이 온 여성 일행 모두 저처럼 당황하는 분위기였고, 따라서 자연스레 와인 메뉴는 일행 중에 유일한 남성인 얀에게 건네져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얀은 독일인이기에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성들이 일제히 한 남성에게 책임을 미루자, 조용한 당혹스러움의 순간마저 일었습니다. 테이블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은, 와인을 주문하는 일반적인 절차나 그 한 남성의 마음속에서 일어날 법한 긴장과 갈등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웨이터가 만족해 하며 자리를 뜨자 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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