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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 흰 눈으로 덮어진 내 죄

문성우 | 서울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외진 산골마을에 움막집 교회가 들어섰다. 교회에 가면 공책과 연필을 준다기에 찾았던 것이 기독교와의 첫 인연이었다. 1950년대 말이었으니, 아마도 미국 기독교인들이 보냈을 구호물자에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호감을 가졌던 때였다. 불교 집안임에도 어머니는 나를 말리지 않으셨다. 특히 작은 외할아버지가 스님으로서 주지까지 지내셨던 터라 어머니는 명절이 되면 양초를 사 주셨고 나는 인근 절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무릎이 아프도록 절을 하곤 했었다. 그러면서도 일요일이면 가능한 빠지지 않고 교회에 나가면서 예수님은 성인 중에 한 분으로 무엇이든지 믿으면 좋다는 종교심이 내게도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세례를 거부한 소년     그 후 고등학교 시절, 도시 생활이 시작되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교회 생활에 재미가 붙었다. 부모님을 떠나 자취생활을 하면서 나만의 생활이 시작된 데다가 여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학생회 활동을 비롯하여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예수님을 믿으면 이렇게 재미도 있고 복을 받는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님이 세례를 받아야 진짜 교인이 될 뿐 아니라 학생회 간부도 된다면서 부활절을 맞아 세례를 받으라 하셨다.     그러나 나는 왠지 세례 받기가 싫었다. 세례를 받으면 교회에 묶일 것이라 생각하니 싫었다. 그리고 세례를 받은 친구들에게서 세례 받기 전이나 후나 아무런 변화를 보지 못했다. 교회 직분을 맡고 있는 집사나 전도사들의 행동에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한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보기 위해서 세례를 받았다고, 그것이 술 먹고 담배 피우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해 오히려 야비해 보이기까지 했다. 더욱 놀란 것은 어느 술집에서 만난 집사의 모습이었다. 교회에서는 집사라고 목에 힘을 주더니 술집에서는 세상 사람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무엇인가를 알기 전에는 세례를 받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왜 목사님은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지, 실제로 천당과 지옥이 있는지,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예수님이 정말 구세주인지, 기독교가 참 종교라고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내 문제로 다가왔다. 그리고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가 세계 4대 성인이라고 배웠는데 왜 그중에서 가장 늦게 태어나 제일 동생인 예수를 기준으로 역사를 BC와 AD로 구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중첩되면서 종교에 대한 방황이 시작되었다.     종교에 대한 방황     1970년 부활절을 앞둔 때였다. 우선 목사님께 상담을 요청했다. 목사님은 종교란 그렇게 따지며 논리적인 규명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기도를 열심히 하고, 복음을 위해서 전도활동에 힘쓰며, 착한 일을 열심히 하고, 교회 직분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하나님께 매달리다 보면 믿음이 온다는 것이다. 세례를 받아야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성경 공부를 더 하라고 했다. 마침 사순절을 맞아 새벽기도에 꼭 참석토록 권유하기에, 4주간 열심히 기도에 참여했다. 그러나 부활절이 지나도 부활에 대해서는, 그냥 예수님이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우리를 위하여 살아나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더욱이 매주 드리는 예배는 단순히 예배일 뿐 말씀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경 말씀 한두 구절을 읽고 유명한 사람들의 예화나 그럴듯한 유머까지 곁들인 설교는 왠지 성경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었다. 왜 하나님이 나를 태어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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