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2003.12> 주님의 품에 돌려드린 딸

김민희    그 날은 수정이가 일곱 살 되던 해에 맞은 크리스마스였다.       감기가 좀 심한 줄로만 알고 갔던 병원에서 들은 병명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었다. 그랬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무서운 병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몇 년 열심히 치료하면 되겠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항암치료가 시작되면서 정말 무섭고 힘든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우리 가족에게는 길고 긴 눈물의 세월이 이어졌다.     정작 당사자인 수정이는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주님이 이까짓 병 하나 못 고쳐주시겠느냐고 했다.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고 위만 바라보자고 하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너무나 의젓한 수정이를 보면서 한편 내 믿음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아프다는 골수 척수검사를 위한 주사를 맞으면서도 수정이는 울지 않고 잘 버텨냈다.     그러나 3주 뒤, 수정이에게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검출되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비정상적인 염색체였고, 수정이의 병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확실하게 판명되었다.     우리 가족은 수정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골수 이식밖에 없으며, 설사 그렇게 해서 완치가 된다 하더라도 3개월이 못가 재발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래도 그런 수술을 하려고 마음먹고 수정이의 골수와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나를 비롯해 수정이 언니와 아빠 모두 검사에 응했지만 실패했다. 골수은행, 가톨릭 혈액은행, 일본 등 알아볼 곳은 다 알아 보았지만, 수정이 염색체가 워낙 특이해서 맞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결국 약물 치료를 하기로 결정하고 스케줄대로 치료를 해 나갔다.     그러면서 의사이신 김 원장님과 상의를 하는 한편, 주님께 의지하면서 견디어나갔다. 열이 나고 면역 수치가 떨어져 고생을 할 때마다, 나와 수정이는 휴게실에서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하고 찬송을 했다. 병실에서 어떤 교회의 목사님이 와서 찬송과 기도를 해주면, 수정이는 그 목사님 기도는 하나님이 들어주시지 않는 육신적인 기도라며 짧아도 하나님이 들어주는 기도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병실에 있는 어린이 환자의 엄마에게 전도해 보려고 성경 말씀을 전했는데, 그 엄마는 자신이 새벽기도를 다니며 하나님을 열심히 믿기 때문에 자기 아들은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수정이는 ‘구원은 각자 받아서 하나님께 가는 거지. 저 오빠 엄마는 틀렸다.’ 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그 오빠가 불쌍하다고 귓속말을 했다.     나는 그 때 어린애 입에서 어쩌면 저런 말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한복음 강해 설교가 처음 시작될 때 내가 큰 딸 미란이에게 말씀을 들려주었는데, 그때 수정이도 옆에서 듣더니 자기도 구원받았다고 좋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수정이 나이가 너무 어리기에 수정이가 구원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수정이는 골수검사를 할 때 아픔이 너무 심해도 예수님의 고통에 비하면 자신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모든 것을 예수님께 맡겼다면서 꿋꿋하게 견뎌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수정이는 차를 타고 병원에 가면서 “갈보리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 하는 찬송이 자기의 가는 길이고, 본인의 찬송이라고 이야기했다.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보배 피로주께서 내 영혼 씻으사 날 구원하셨네예수 나를 죄악에서 구원하셨단하나님 말씀에 굳게 서 나는 믿습니다  (합동찬송가 206장)       수정이는 자기가 이 찬송가에서 구원받은 것 같다고 이 찬송가를 자주 불렀다. 그래도 나는 ‘네가 고작 여덟 살인데 어떻게 구원받아, 그냥 하는 소리겠지.’ 라고 생각하며 ‘네
정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전체기사와 사진(동영상)을 보실수 있습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



* 온라인 쇼핑몰

글소리 PDF 웹북 펼쳐보기


* PC 버전 홈페이지 전환



Copyright (c) 2025 (주)많은물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