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성은 | 서울
몇 년 전부터 성경탐구모임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했었는데, 올해는 그동안 만나보았던 아이들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상현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상현이는 이제 스무 살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한두 가지 일에만 자기 자신을 쏟아 붓는 아이로, 듣고 말하는 것이 제 나이 또래에 훨씬 못 미칩니다. 때문에 누군가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아이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닫아 버린 것인지 아니면 닫혀 버린 것인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닫히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런 상현이를 자폐아(自閉兒)라고 불렀습니다.
안녕, 상현아
성경탐구모임 이튿날,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매점에서 상현이를 만났습니다. “안녕, 상현아. 난 네 사촌 누나 친구, 탁성은이라고 해.” 여느 아이들 같으면 그 만남으로 이내 말문을 텄을 텐데, 열아홉 살 상현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를 향한 눈동자가 어찌나 까맣던지, 그 눈동자 위에 뭐라도 비칠 수 있기는 한 걸까 싶었습니다. 이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생각을 정리해보긴 했지만, 막상 아이를 마주 대하니 두려워졌습니다. ‘과연 이 아이와 성경 공부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닫혀 있다는 아이인데, 처음 보는 나를 향해 걸어 둔 저 낯설음의 빗장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상현아. 방금 내 이름 말해 줬잖아. 기억 안 나는구나? 그럼 상현아, 잘 봐. 이 탁자를 이렇게 치면, ‘탁탁’하며 소리가 나잖아? 너도 한 번 이렇게 쳐 봐.”
무언가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지, 상현이도 탁자를 두어 차례 치더군요. “그래, 상현아. 그것이 바로 내 이름이야!”라고 말해 주니, 재미있었던지 또 다시 탁자를 치는 상현이 얼굴에 비로소 웃음이 번졌습니다.
친구 나림이가 이때다 싶었는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상현아. 누나 친군데, 이 형이랑 같이 성경 공부해 볼래? 우리 상현이 지옥 가는 것 무섭다고 했잖아? 형이랑 같이 성경 공부해 보면, 상현이도 천국 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 상현아. 형이랑 같이 성경 공부해 보자. 상현이가 지옥에 안 가고, 천국에 갈 수 있도록 형이 도와 줄게.”
참 다행스럽게도, 금방이라도 자기를 숨겨 버릴 것 같던 상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거짓말도 해본 적 없는 상현이
상현이는 예전에 생활했던 한 기독교계 보호 기관에서 천국, 지옥, 하나님, 십자가 등 아주 기본적인 표현들을 들어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방법을 찾지 못하면 지옥에 갈 수밖에 없고, 그 지옥은 정말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것 역시 막연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할아버지 밑에서 지내고 있는데,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본 터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현이가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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