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은 | 서울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성소를 그들을 시켜 나를 위하여 짓되 무릇 내가 네게 보이는 대로 장막의 식양과 그 기구의 식양을 따라 지을지니라 (출애굽기 25:8-9)
지금부터 약 3500년 전,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탈출하여 광야 생활을 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한 특별한 건축물을 만들 것을 지시하셨다. 겉보기에는 허름한 해달 가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내부는 온통 금으로 뒤덮인 건물. 높이가 4.5미터, 넓이는 300평에 달하지만,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사정에 맞도록 언제라도 조립과 분해가 가능한 건물. 비록 모세의 지시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은 것이지만, 그 모든 방식과 모양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건물. 바로 성막 (Tabernacle)이다.
내가 거기서 너희와 만나고 네게 말하리라 내가 거기서 이스라엘 자손을 만나리니 내 영광을 인하여 회막이 거룩하게 될지라 내가 그 회막과 단을 거룩하게 하며 ...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 거하여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니 그들은 내가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로서 그들 중에 거하려고 그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줄을 알리라 나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니라 (출애굽기 29:42-46)
성막은 하나님이 친히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거하기 위해 하늘에 있는 성전의 모형으로 이 땅에 지어진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성막을 통해 하나님과 만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고 희생 제물의 피로 속죄함을 얻어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었다. 솔로몬 성전이 지어지기 전까지 400여 년 동안 성막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는 증거이자 그 힘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리스도인들은 성막의 각종 기구들과 제사 의식들을 구약 시대의 유대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오랜 풍습 정도로만 생각해왔다. 성경에 나오는, 성막과 관련된 무수한 기록들을 현재의 삶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고, 성막이 지니는 의미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경의 큰 비밀을 깨닫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성막은 하나님이 머무시는 장소인 동시에 하늘에 있는 것들의 모형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숨길 수 없는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막을 이해함으로써 구약과 신약을 잇는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구원의 역사를 보다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성막’이라는 이름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요한복음 1:14)
우리는 일반적으로 성막을 이야기할 때, ‘성막’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지만, 히브리어 원어 성경에는 성막을 칭하는 굉장히 다양한 표현들이 존재한다. ‘오헬’, ‘미쉬칸’, ‘속’, ‘식쿠트’, ‘숙카’, ‘쇽’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성막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 각기 조금씩 그 의미가 다르게 쓰인다. 같은 ‘성막’이어도 성막의 건물 자체를 칭할 때와 하나님이 존재하시는 성막을 칭할 때 서로 다른 단어를 쓰고, 성막의 덮개 부분과 그 안의 지성소 부분을 가리킬 때도 각기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한국어 성경에서는 이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성막’ 혹은 ‘덮는 막’, ‘장막’ 등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히브리어 원어 성경에서 전하는 성막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바르게 옮기지 못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히브리어 어원에 따르면 ‘성막’은 ‘거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성막을 나타낼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오헬’과 ‘미쉬칸’이다. 성경에 130여 회에 걸쳐 사용된 ‘오헬’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운반할 수 있고 이동할 수 있는 성소를 의미할 때 쓰는데, 엄격한 의미로는 바깥쪽의 덮개를 뜻하는 말로 성막 전면에 있는 막이나 회중이 모이는 막을 나타내며, 일반적으로 성막을 묘사하는 말이다. 100회 정도 쓰여진 ‘미쉬칸’은 히브리어로 ‘머물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으로 ‘habitation(거주)’ 혹은 ‘dwelling(처소)’를 나타낸다. 그것은 성막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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