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어냐
제 나름대로 성경을 전하면서 살아오는 동안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늘 마음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답이 쉬울 것 같으면서도 마냥 쉽지만은 않은, 바로 ‘인생’이라는 문제였습니다. ‘사람이 무어냐’ 라고 물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그냥 쉬운 대로 ‘사람이 사람이지, 뭐.’ 라고 대답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스위스가 낳은 훌륭한 교육자 페스탈로치, 그는 참으로 인생으로 살다 인생으로 마쳤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았다는 표현입니다. 그 글을 읽은 저는 ‘그럼 누구는 사람으로 살다가 원숭이로 죽었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었고, ‘사람이 뭐냐’ 진지하게 고민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무어냐’는 질문에 ‘사람은 교육을 받기 때문에 사람이다’ 라고 대답한다면, 일부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정답은 아닙니다. 앵무새도 교육을 받고 사람의 말을 따라하지 않습니까?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생물 선생님의 말씀은 인간의 조상은 끝까지 추적해 올라가면 원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 조상은 원숭이인지 몰라도 내 조상은 절대로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 대단한 연구를 했다는 사람들 중에도 그러한 말을 믿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가설일 뿐입니다.
'사람’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는 간단하게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땅에 두 발로 꼿꼿이 서서 다니고 말과 글, 그리고 기구 따위를 만들어 쓰는 등 가장 이지적이고 모든 도덕관념을 갖춘 만물의 영장.’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단지 그것뿐이라면 너무나 막연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자의 ‘사람 인(人)’ 자를 보면 두 획이 서로 기대어 받치고 있습니다. 하나가 빠지면 나머지 하나가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서로 의지해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도 ‘사람됨’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니까, 하루 평균 서른여섯 명이 자살을 한다고 합니다. 또 인터넷에 ‘자살 사이트’라는게 있어, 서로 죽는 방법을 알려주고 같이 동반자살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살펴보면, 사람이 마땅히 지녀야 할 가치관을 상실한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때,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하고 마쳐야 되는가, 이것이 다는 아닐 텐데’ 하는 생각도 들텐데 말입니다.
문득 “가랑잎 떼굴떼굴 어디로 굴러가” 하던, 어린 시절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사람도 나이 들어가면 가랑잎같이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노인들만의 이야기 같지만 젊은이나 나이 어린 사람도 생각해 보아야 될 문제입니다. 사람이 늙는 것은 순식간이니까요.
쓸쓸한 강변에 태어난 인생아너는 무엇을 찾으러 왔느냐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돈도 명예도 사랑도 싫더라
저는 젊은 날에 대한 야망만을 가지고 성장해 가고 있던 어린 시절에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생에 대해서 자주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모두 싫다면 내 야망과 모든 것이 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내 꿈도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내 마음속에 자리한 삶에 대한 의욕은 이 노래 가사와는 달랐습니다. 그래도 이 노래가 자꾸 내 마음 속에 맴돌면서 조심스럽게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불어넣어주었고, 가장 떨쳐버릴 수 없는 의문 하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돈, 명예, 사랑 이런 것들 말고 죽음이라는 문제 앞에 섰을 때 ‘과연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큰 숙제였습니다. 흔히들 ‘죽어버리면 그만이다.’ 하는 말에는 선뜻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는 마음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어릴 적에 몹시 아파서 누워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와 제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희망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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