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신도 신학 박사님과 보낸 지난 날을 추억하며
박성후 | 박창선 | 박찬영
신학 박사이자 대학 교수라는 위치에 계셨지만 성경 안에서 참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은 뒤, 세상의 명예를 버리고 교회 안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신 정 박사님. 상경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맡아 학사를 운영하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묵묵히 순종하시고 지난 25년 동안 학생들을 돌보셨습니다. 언제나 계시는 듯 계시지 않는 듯 조용하게 봉사하시며 한 평생을 사셨던 박사님은 마른 가뭄이 계속되던 지난 6월의 어느 끝자락에, 오랜 세상의 짐을 벗어버리고 하나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혼자서 살 수 없는 세상, 내가 현재 여기 이렇게 있는 것도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자라 온 시절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 박사님을 떠나보낸 학사 출신들의 그리운 마음들과 안타까운 마음들을 글로 모았습니다.
가진 것도 남긴 것도 없는 떠남 - 박성후
“그날”, 많은 비가 쏟아졌다.
그동안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나무와 풀들은 말라 비틀어져가고 있었고, 날씨마저 매우 무더워 모두에게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그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고 3일 내내 내린 단비는 온 대지의 가뭄을 완전히 풀어주었다. 비와 함께 불어 준 바람은 대지 위의 오염된 찌꺼기들과 먼지를 날려버려, 비록 잠시일지라도 그날 이후의 대지와 공기는 한없이 깨끗하고 맑았다. 마치 머리와 가슴 가득 복잡하고 오염되어 있는 수많은 부질없는 것들을 모두 깨끗이 털어버리라는 듯했다.
그렇게 바람 실은 비가 내리던 날, 정 박사님은 먼저 주님께 가셨다.
박사님의 너무나 가벼운 육신은 자신을 위해 이렇다 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취한 것이 없으셨기에, 가진 것도 남긴 것도 아무 것도 없었다.
스스로에게 참으로 철저하고 일관된 그 무엇이 있었다.
박사님께서는 학사에 계시면서 20여 년 동안 매일 아침 해 오시던 한글, 영어 성경 읽기를, 학사를 떠나서 내외분 두 분만이 생활하게 된 이후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하셨고, 누가 신앙생활의 문제를 가져와 상담을 할 때면 가장 정확한 핵심을 간략히 짧게 짚어 주셨다. 군더더기는 결코 어디에도 없었다. 먹고 입고 사는 생활에서도, 일상의 대화나 말씀에서도 절대 불필요한 과장이나 사족이 없는, 허장성세를 극도로 꺼리시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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