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성 | 일산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어린 시절저는 1932년 전남 장성의 시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제시대 때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5학년 때 해방되었습니다. 해방된 후 1년 동안만 우리나라 교육을 받았는데 한글도 대충, 역사도 대충만 배우고 졸업을 했습니다. 저희 집은 유교 집안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학자셨는데 국민학교를 졸업하고도 진학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을 데려다 한학을 가르치셨습니다. 저도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근처에는 중학교도 없었기에 할아버지 밑에서 1년 남짓 한학을 공부했습니다.어려서부터 할아버지 밑에서 아침저녁으로 붓글씨를 썼고, 축우집, 사자, 소학, 천자문, 명심보감, 사력 등 어려운 책들을 공부했습니다. 제가 종갓집 종손이다 보니, 집안의 일들과 문중사를 관장하고 시제를 지내려면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제가 현대적인 교육을 받기를 바라셨고, 도시에서 학교를 계속 다니게 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서울에 사시는 분께로 보내졌습니다. 서울로 올라와서 곧 공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길은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친구 분께서 제과 공장을 하셨는데, 그분 댁에서 숙식을 했기에 저도 공장에서 함께 일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낮에는 큰 양조장에서 일을 하고 야간에 학교를 다니는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소개로 그가 다니던 야간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 만에, 17살쯤으로 기억하는데 성동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낮에 일을 하고 밤에 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일손을 떼고 나면 씻을 사이도 없이 대충 옷을 갈아입고는 서대문에 있는 제과공장에서 왕십리에 있는 학교까지 힘들게 오가야 했습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예배당이 있었는데 밤낮으로 찬송 소리와 예배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어울리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한학을 공부하면서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것을 확실히 배웠는데 저렇게 다 큰 남녀 학생들이 어울리며 장난 치는 모습을 보면서 ‘저곳은 연애당이다. 더러운 곳이다.’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곳은 쳐다보기도 싫었습니다. 그때는 하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분을 막연하게 어떻게 믿는지, 당시 하나님이라는 존재는 제게 너무 거리가 먼 분이었습니다. 구세군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괜히 시비조로 “너는 네가 믿는 하나님을 보았느냐, 어떻게 하나님이 있다고 믿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신통찮은 대답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당시 저는 하나님은 없다고 단정 짓고 있었고, 하나님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미신 같은 신앙을 가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한국 전쟁과 포로병 시절그런 생활을 하다가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새벽에 한강의 인도교가 끊겨서 남쪽으로 피난을 가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대포 소리가 나자 무서워진 저는 산으로 올라가 반공호에 숨어 지냈습니다. 그때는 인민군이 서대문 형무소를 부수어 죄수들이 우르르 나왔고, 공화국 시대가 왔다며 다들 만세를 부르며 인민군을 환영했습니다.피난을 가지 못한 서울에서의 생활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인민군은 젊은 학생들을 군에 편입시켜 전방에 총받이로 보내려고 끌고 갔습니다. 저는 남의 집에서 숨어 지냈는데, 계속 그렇게 지낼 수는 없었기에 경의선 위쪽 금촌의 고모님 댁으로 향했습니다. 오갈 데는 없고 그렇다고 굶고 지낼 수는 없어, 고모님이 피난가셨을 수도 있지만 일단 그곳으로 갔습니다. 철로를 따라 하루 종일 걸어 고모님댁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고모님은 피난을 갔다가 길이 막혀 되돌아 와서 살고 계시는 상태였습니다. 고모님은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인민군은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었고 국군의 전세가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는 깊은 산속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펼치고, 남쪽에서는 유엔군이 치고 올라오면서 9월 28일에 서울이 수복되었습니다. 인민군은 북으로 도망치기에 바빴고, 군인들은 압록강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 형세를 파악하며 우리는 피난지에서 나왔고, 인민군의 침략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정이 되면 다시 학교에 다니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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