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환 | 예산
저는 충남 예산에서 1973년 8월 여름의 끝자락에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불교에 열심이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저도 어렸을 때부터 절에 다니며 불교인으로 자랐습니다. 또한 저희 집은 유교 사상이 깊이 뿌리박힌 집안이라 고조부 대까지 제사를 지내며 한 달에 거의 한두 번은 친척들의 제사로 큰댁에 가서 제사를 지냈습니다. 제사가 끝나면 누가 먼저 숭늉을 차지하느냐가 어린 우리들에게는 불꽃 튀는 경쟁이었는데, 제사 지낸 숭늉을 마시면 무서움을 없애준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지요.불교와 유교는 같은 종교도 아니고, 오히려 고려 말과 조선 시대를 거치며 유교에 의해 불교가 배척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좀 이상하지만, 우리 집안은 그런 구별 없이 불교를 믿으면서 동시에 유교에도 열심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나님을 받아들이기 정말 힘든 우상종합세트종교 가정이었던 셈이지요.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3, 4학년쯤이었던 때로 기억하는데, 부모님과 함께 어느 먼 사찰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 주지는 전생과 점을 잘 보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를 보고 말하기를 저의 전생이 스님이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 당시 들었던 마음이 고스란히 생각나는데, 은근히 뿌듯하면서도 ‘왜 하필 결혼도 못해 본 스님이었을까? 금생에도 스님이 되면 어쩌지?’ 하며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오랫동안 저를 불교에 꽤 열심인 신자로 꽁꽁 묶어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명색이 전생에 스님이었다는데 설렁설렁한 불교인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일요일이면 예불을 보러 절에 다니는 것은 당연했고, 사월초파일 연등 행사 때는 목탁을 치며 맨 앞에서 학생회를 이끌었고 불경독송 대회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방학 때는 참석한 수련회에서 밤새도록 부처상 앞에서 3천배를 수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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