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지금 우리나라에는 ‘탈북자’ 또는 ‘북한 이탈 주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약 5천 명 정도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생김새가 우리와 같기 때문에 ‘같은 한국동포’라고 가깝게 생각하지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완전히 이방인이라고 느끼기에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접한 자본주의 문명 세계인 남한은 그들에게 상상 이상의 충격을 주었고, 일상적으로 접하는 많은 외래어들과 낯선 문화에 적응하지 못힌 소외감과 열등감으로, 제공 받은 임대 아파트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자유가 주어졌지만 그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할지, 자기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를 몰라 방황과 많은 고뇌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자들 가운데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 동안 제가 만나보았던 사람들은 대체로 그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생존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정부에서 주는 정착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하여, 선교 목적으로 돈과 쌀을 주거나, 직업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이 교회, 저 교회 등의 종교 단체를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정보를 따라- 찾아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은 그 반대의 사람들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공짜로 베푸는 것들을 바라고 휩쓸려 다니기를 싫어하거나, 모르는 것에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경계심 많고 자존심 강한 사람들 입니다. 그분들의 마음은 굉장히 가난한 부분이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해 사선을 넘어 왔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나라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심리적인 불안감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지원해 주는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살아갈까, 모든 것이 낯선 이곳에서 무엇을 준비하며 경쟁사회에 적응력을 키워야 할지, 누구에게도 자상하고 전문적인 자문을 구할 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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