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림 | 영국
“아빠, 나 구원받았다!”
1999년 1월, 초등학교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올라가던 겨울 방학에, 서울 교회에서 일주일간 전도집회가 열렸다. 어느 날 저녁에 아빠, 엄마, 언니까지 온가족이 모두 교회에 간다고 해서 나도 혼자 집에 남기 싫은 마음에 교회에 따라갔다. 첫날부터 참석한 것은 아니었고 중반쯤 되는 때였다. 나는 구원받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교제 안에서 자랐기에 하나님의 존재와 성경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이 없었다. 열심히 듣다 보니 성경에 나오는 죄에 대한 말씀들 앞에 어느새 나는 죄인이 되어 있었다. 비록 어렸을 때였지만 내가 누구를 미워했던 일,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아 혼났던 일, 거짓말했던 일, 그 모든 것이 다 죄라는 말씀에 양심이 찔렸다. 또 그 죄들을 호리라도 남김없이 갚기 전에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씀에 나는 곧바로 지옥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하나님 사이를 시커먼 죄가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죄 사함을 받을 수 있을까? 출애굽 할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의 피를 문 인방과 설주에 발라서 살았는데, 나는 도대체 어떻게, 어디에 가서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을 찾으며, 찾더라도 어떻게 죽여서 그 피를 문설주에 발라야 하나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고민을 너무도 심각하게 한 것이다.
집회가 끝나기 하루 전날, 하나님은 죄인의 기도는 듣지 않으신다고 했지만 혼자 방에서 이불 속에 들어가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기도를 한 것이었다. 다음날 저녁, 아빠와 엄마는 나에게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꼭 가야 했다. 교회에 가서 말씀을 듣기 전, 아빠는 그저 말씀을 잘 들어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강사님이 찾아 주시는 구절 하나하나가 정확히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 요 1:29, 그 세상 죄에 내 죄도 있었다. 나는 어린 양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의 사라짐같이, 네 죄를 안개의 사라짐같이 도말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 (사 44:22) 고 하셨을 때 나와 하나님 사이를 막고 있는 빽빽한 죄 구름이 없어졌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네 죄를 사했으니 돌아오라고 하셨다. 또 내가 앞으로 지을 죄까지 2천 년 전에 이미 다 사했으며 영원히 기억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 구절들을 보며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계속 나왔고, 내 입은 두 귀에 걸릴 정도로 올라갔다.
말씀이 끝나고 구원받은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을 때 나도 손을 들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내린 뒤 아빠 등에 업혀서 가면서 나는 귓속말로 ‘아빠, 나 구원받았다!’라고 웃음 가득 수줍게 말했다. 1999년 1월 16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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