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기 | 필리핀
지난 11월부터 4개월 동안 필리핀 전도 현장을 다녀본 소감과 제 마음에서 정리되었던 부분을 이렇게 글로 써 봅니다.
사랑의 빚을 갚을 기회작년은 제게 참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 생활을 정리한 후 매일매일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과 제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이제는 더 이상 싸울 기력조차 없이 나약해졌을 때, 저는 말씀 속에서 제가 잘못 살아온 부분에 대한 책망을 발견하고 위로받으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갖고 있던 믿음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철저히 경험하게 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차제에 그동안 게을리 보았던 성경과 설교 말씀들을 다시 보고 들으며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시간도 있고 자유로운 몸도 되었건만, 평소에 그렇게 바라왔던 필리핀에서 봉사하는 일에는 왜 그리도 망설여지고 어렵게만 느껴졌는지요. 아마도 주님은 제가 자신과 싸울 힘이 다 소진될 때까지 기다려 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날 밤, 찬송가 408장에 나오는 찰싹거리는 작은 파도를 보며 마음을 졸이는 ‘많은 사람들’ 속에 제자신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제 어지러운 마음 안에만 머물러 지낸다면 후에 주님 앞에서 크게 책망 받게 되겠지요. 여러 해 동안 개인 업무로 필리핀에 출장을 갔을 때마다, 그곳 현장에서 전도하는 일에 좀 더 함께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늘 아쉬워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작년 10월 무렵에 권 사모님을 뵙고 필리핀에 가는 것을 상의드렸습니다. 이 필리핀으로의 여행이 제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교제의 시간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제게 어려움의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언젠가 제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던, 지금은 모두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신 두 분의 간증이 저를 이 여정으로 인도해 주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난소 암 말기였던 미국의 한 자매님에 대한 글 속에 드러난, “꼭 하고 싶은 일이, 어서 건강을 회복해서 복음이 전해지는 현장에서 설거지라도 거들고 싶다”는 소박하고도 소중한 마음, 비록 먼 곳에 떨어져 지냈지만 언제나 만날 때면 늘 밝은 웃음으로 대하시던 독일의 한 형제가 위암 말기 상태에서 남겨놓았던 간증 속에서 “주님,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 교제 속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사랑의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제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한 마음. 비록 그 분들은 그 꿈을 남긴 채 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마음들은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도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필리핀에서 4개월 남짓 되는 시간을 지내며 위의 두 분이 남기고 간 그 소망이 이제 제 자신에게도 남겨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에 온 후 거의 매주, 형제들과 함께 여러 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서로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동안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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