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 유리스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신 것같이 너희 형제에게도 안식을 주시리니 그들도 요단 저편에서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주시는 땅을 얻어 기업을 삼기에 이르거든 너희는 각기 내가 준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신명기 3:20)
1편 요단강을 건너서
18장
배의 이름은 정해졌다, 엑소더스! 하지만 이 배가 어떤 용도로 쓰여질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한 사람, 아리뿐이었다. 아리와 다비드에 의해 ‘기드온 작전’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배에 대한 계획은 하나 둘씩 조용히 실행되어 갔다. 위조된 문서들은 곧바로 키티에게 전해졌고, 키티는 그것들을 수용소에서 들고 나와 다시 아리에게 전했다. 그 즈음에 아리는 위조 증명서 말고도 수용소 부근 파마구스타 도로 옆에 있는 영국군의 무기 보급창고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곳은 중동 각지에 있는 영국군에게 무기를 보급하는 최대 기지로서 엄청난 물량의 무기가 쌓여 있었다.
만드리아가 경영하는 키프로스 지중해 선박회사는 키프로스의 영국 육군의 지정업체였다. 그런 신분으로 인해 만드리아에게는 그 보급창에 있는 물자의 일람표가 있었다.
목요일 아침 여덟 시, 아리 벤 카난은 영국군 군복을 입고 영국군의 신분증을 휴대한 열세 사람의 팔마크 병사들과 함께 영국군 트럭을 타고 이 보급창의 정문 앞에 나타났다. 이 행동대 속에는 제브, 야르코니, 다비드 등도 끼어 있었다. ‘칼렙 무어 대위’라는 신분증을 가진 아리는 물품 청구서를 보급창 사령관에게 내밀었다. 아리의 행동대는 청구서에 있는 물자를 받아내어 파마구스타 부두까지 운반하여 그곳에서 아칸 호에 실어 내보내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위조문서가 워낙 완벽해서 보급창의 사령관은 칼렙이 성서에 나오는 모세의 스파이 ‘갈렙’이며, 가공의 아칸 호 또한 여리고에서 보물을 훔친 ‘아간’의 이름을 본뜬 것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물품 청구서에 맨 처음 적힌 물자는 열두 대의 트럭과 두 대의 지프차였다. 보급창 사령관은 두말하지 않고 차들을 내주었고, 무어 대위는 그것들을 인수했다. 뒤이어 행동대는 창고들을 하나씩 돌아가면서 엑소더스가 3백 명의 어린 탈주자들을 싣고 팔레스타인까지 항해하는 데 필요한 일체의 물자를 이 열두 대의 새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야르코니가 만든 물자 품목표에는 최신형 무전 송수신기, 통조림 음식, 의료품, 소화기, 물통, 담요, 환기장치, 확성기 그리고 그밖의 물건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록되어 있었다. 다비드는 엑소더스에 실을 물건 이외에도 카라올로스에서 다급히 필요한 물건들을 몇 톤 더 받아냈다. 야르코니 또한 스카치와 브랜디, 진과 그밖의 술을 몇 상자씩 의료용으로 걷어들였다.
열두 대의 새 트럭 위에는 파마구스타 항에서 트럭과 함께 아칸 호에 실릴 것으로 되어 있는 보급품이 가득 실렸다. 아리는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영국군 사령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행동대는 여섯 시간 만에 보급창을 떠났다.
팔마크 병사들은 첫 번째 작전이 이렇게 쉽게 이루어진 것에 대해 흥분했으나 아리는 그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기드온 작전의 다음 단계는 훔쳐낸 트럭과 물건들을 둘 곳을 찾는 일이었다. 아리에게는 해결책이 있었다. 파마구스타 교외에 버려진 영국군 주둔지를 보아 두었던 것이다. 어느 작은 후방 부대가 사용했던 곳 같았다. 울타리가 아직 그대로 쳐져 있었고, 목조 사무실 두 채와 화장실이 그대로 있었다. 본선에서 끌어들인 전선도 그대로 있었다.
그날 밤부터 이틀 동안 팔마크 병사 전원은 밤마다 카라올로스에서 이곳으로 와 천막을 세우고 구내를 청소하며 이곳이 다시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바쁘게 일했다.
열두 대의 트럭과 두 지프차에는 영국 육군의 카키색이 칠해졌다. 야르코니는 각 차량의 모든 문에 육군의 숱한 다른 표지와 분간하기 어려운 글들을 써 놓았다. 그것은 HMJFC 23 수송중대라는 표지였다.
‘중대’ 사무실은 제법 그럴 듯해 보였다. 야르코니는 마지막으로 정문에 HMJFC 23 보급중대라는 표지를 써 붙였다. 제브는 표지를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HMJFC란 무슨 뜻이야?”
“국왕의(HM) 키프로스 주둔(C) 유대인(J) 부대(F)라는 말이지 뭐야.” 야르코니가 대답했다.
기드온 작전의 방향은 결정됐다. 아리는 가짜 영국 부대를 만든다는 극히 무모한 짓에 착수한 것이다. 그는 영국군의 복장을 하고 대낮에 파마구스타 도로 가에 모사드 알리야 벳의 사령부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기드온 작전의 다음 단계는 파마구스타에서 세 사람의 미국인이 어느 화물선에서 내려 배를 갈아 탔을 때 그 윤곽이 드러났다. 그들은 전에 미 해군에 들어가 훈련을 받은 모사드 알리야 벳의 단원들이었다. 스페인에서 망명한 다른 두 사람이 또 다른 배에서 내렸다. 엑소더스는 이제 선원까지 갖추었다. 부족한 인원은 아리, 다비드, 야르코니, 제브 등이 대신 하면 되었다.
미국인 선장 행크 슐로스버그와 야르코니는 엑소더스를 이민선으로 개조하는 일에 착수했다. 우선 선실, 선창, 갑판에서 캐비넷들과 창고, 선반, 가구, 장식 등이 제거되었다. 배는 머리부터 끝까지 커다란 빈 칸으로 변했다.
갑판 위에는 각자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쓸 목조 화장실이 두 개 세워졌다. 선원 식당은 병실로 개조되었다. 식당이나 취사실같은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식사는 모두 통조림으로 때워야 했다. 취사실은 무기고와 창고로 바뀌었고, 선원실도 철거되었다. 선원들은 작은 선교 위에서 자게 되었다. 확성기가 장치되었다. 낡은 기관들은 철저히 점검되었다. 기관이 고장나는 경우에 대비해서 비상용 마스트와 돛이 준비되었다. 다음에는 선창의 용적과 갑판의 면적을 정확하게 측량했다. 선창 안에는 아이들이 쓸 침대가 마련되었다. 구명보트도 수선되었다. 배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들이 뚫리고 선풍기로 선창 속에 바람이 들어가도록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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