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은 | 서울
보셔요. 여기는 안성이랍니다. 초가을의 풍성한 햇살이 마당 구석구석, 골고루 비추고 있습니다. 슥 한번 둘러보니 풋풋한 청년들 사이로 피부색과 이목구비가 조금 다르게 생긴 분들이 몇몇 보입니다. 로날드, 카필라, 루디, 보니, 키엄, 미네오(일본인), 빅토리아(미국인), 우즈베키스탄 사람 등등. 그들의 환한 미소에도 가을 햇살이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새로 태어난 지 한 살도 안 된 아기이지만, 실제 나이는 올해로 30세인 이승은이라고 합니다.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외국인 추석 전도집회를 참여한 이야기를 쓰려고 펜을 들었으나, 불교 집안에서 불교신자로 살았던 제 구원간증부터 하려고 합니다.
복음을 깨닫고 복음을 위한 삶을 결심하고
제가 ‘구원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아마도 올해 3월 10일에서 11일 사이일 것입니다.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괴롭게, 힘겹게 살아내야 했던 3월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지구대에서 순찰 여경으로 일하고 있었고, 퇴근해서 혼자 자취방으로 돌아오면 바로 침대로 뛰어들어 울며불며 제 운명을 저주하다가 잠들곤 했습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나,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시련이 나에게 오는가’ 하는 억울함에 하늘을 원망하였습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인간을 창조한 어떤 큰 존재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찰하면서 늘 허리에 차고 다니던 38구경 권총에는 공포탄 한 발과 실탄 네 발이 항상 장전되어 있었는데 관자놀이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안돼, 안돼’하고 머리를 뒤흔들기 일쑤였습니다. 어떤 때는 순찰차를 운전하면서 ‘그냥 저 나무에 처박아 버릴까’하는 생각을 하며 신고 출동에 나가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큰 시련이 닥쳐오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이 가장 먼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절대로 그들에겐 힘든 그 시련을 말할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일하면서 접했던 많은 자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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